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 박노해
나는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계절 따라 살아 가리라
그 계절의 바람을 맞고
그 계절의 공기를 마시고
계절의 여신이 퍼주는 물을 마시고
그녀가 담가주는 술을 마시리라
나는 봄과 함께 파릇파릇해지고
여름과 함께 초록불로 타오르고
가을과 함께 노랗게 익어가고
겨울과 함께 하얗게 떨리라
나는 내가 발 딛고 선 대지의
계절 속으로 걸어 가리라
가난의 계절에는 온몸으로 노동하며 싸우고
독재의 계절에는 찢겨진 깃발로 펄럭이고
풍요의 계절에는 적은 소유로 충만하고
민주의 계절에는 가난한자의 밥그릇이 되고
자유의 계절에는 국경너머 책임을 다하고
진보의 계절에는 다시 광야의 목소리가 되리라
오 나는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계절따라 변하며 한결같이 살고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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