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esta Lable [감미로운 보사노바와 인디락의 조우]
세계 각지의 인디 레이블을 소개하는 본 연재의 4번째 주인공은, 상큼한 느낌의 이지리스닝 인디팝을 추구하는 스페인의 ‘시에스타(낮잠)’이다. 최근 상당수의 모던락/브릿팝 매니아들이 보사노바가 가미된 인디락/팝에 매료되어 이쪽 계열의 뮤지션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시에스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때마침 국내에 이 레이블 소속의 아티스트가 공개될 예정에 있어 이렇게 여러분에게 소개하게 되었다.
‘시에스타’ 레이블은 Mateo Guiscafre와 Manuel Torresano에 의해, 1992년 스페인의 마드리드(Madrid)에서 탄생되었다. 프렌치팝과 인디팝, 소프트팝, 시네마틱 팝, 라운지 팝, 보사노바를 오르내리는 여러 가지 종류의 이지리스닝 사운드를 추구하던 ‘시에스타’는, 자국에서 라 부에나 비다(La Buena Vida), 엘 조벤 브라이언(El Joven Bryan), 레알 까리오까(Real Carioca) 등을 키워내게 되며, 그 외에도 영국에서 러브레터(Loveletter), 롤리팝 트레인(Lollipop Train), 칼레이다(Kaleida), 선샤인 데이(Sunshine Day), 보몽(Beaumont) 등을, 미국에서 홀리데이(Holiday), 레젠더리 짐 루이즈 그룹(The Legendary Jim Ruiz Group) 등을, 스웨덴에서 에그스톤(Eggstone), 걸프렌도(Girlfrendo), 클럽 8(Club 8) 등을, 프랑스에서 루이 필립(Louis Philippe), 판타스틱!(Fantastic!), 마리아 나폴레옹(Maria Napoleon) 등을, 그리스에서 해피 벌룬(The Happy Balloon)을 각각 찾아내, 서정미가 물씬 담긴 음반들을 발매하였다.
‘시에스타’에서 발매하는 음반들은 공통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디자인 컨셉트가 있다. 바로, 멤버들의 사진 없이 그림이나 이미지 컷으로만 재킷을 표현한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거의 모든 음반들은 디지팩으로 제작된다. 특히, LP 발매반의 경우에는 더욱 큰 신경을 쓰는데, 각각의 아트웍이 가진 색채 감각을 살려 디스크의 원판도 빨강, 파랑, 노랑 등의 픽쳐 디스크로 제작된다. 어디 한번 상상해 보라. 푸른 배경의 재킷을 열면 파란색 디스크가 보이고, 하얀 배경의 재킷을 열면 하얀색 디스크가 보이는 경우를 말이다.
LA BUENA VIDA
1988년 여름, 비틀즈와 러브, 벨벳 언더그라운드, 비치 보이즈, 닉 드레이크(Nick Drake)를 좋아하던 6명의 젊은이들에 의해 결성된 라 부에나 비다(‘아름다운 인생’이란 뜻)는 스미쓰, 제임스, 오렌지 주스, BMX 밴디츠(BMX Bandits)의 영향을 받은 음악을 추구한다. 이들은 초창기에 유려하고 우아한 기타와 감미롭고 부드러운 바이올린, 이란츠(Irantzu Valencia)의 달콤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곡들을 들려주었지만, 현재는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미된 곡들을 들려주며 보다 클래시컬한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그 동안 인디락/팝 매니아들에 의해 국내에서는 극소수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던 이들이었지만, 곧 최근작이 라이센스로 발매될 예정에 있어 보다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2년에 발매한 EP 「Historia De Un Verano」가 600장 이상 팔려나가며 앞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할 것이라 짐작케 한, 라 부에나 비다의 공식 데뷔작. 본작은 이들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이지리스닝 계열에 근접한, 멜로디 라인 중심의 곡들을 담고 있다. 군더더기가 없는 명료한 진행에 부담 없는 연주를 얹혀 놓았다는 게, 이 앨범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될 것이다.
LA BUENA VIDA / La Buena Vida (1993)
실로폰 소리가 앙증맞은 느낌을 주는, 발랄함 그 자체인, 라 부에나 비다식 발라드라고 말해도 좋을, 비트감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뛰어난 멜로디 감각이 투영된 명곡 등의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LA BUENA VIDA / Los Mejores Momentos (1994)
데뷔작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놓은 이 앨범은 원래 별다른 타이틀이 없는 작품이지만, 데뷔작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첫 곡의 제목을 타이틀로 사용하고 있다. 음반의 발매시기로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2집 역시 데뷔작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음악을 들려준다. 하지만, 게스트로 참가한 동료들에 의해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룻, 오르간 등의 악기가 첨가되어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으며, 사운드의 질감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누가 들어도 맘에 들만한 곡으로는 역시 가 되지 않을까 싶으며, 그 외에도 괜찮은 곡들이 많다. 멜로디 위주의 듣기 편한 음악에서, 조금씩 색다른 구성에 신경 쓰기 시작한 음반이라 말할 수 있겠다.
LA BUENA VIDA / Soidemersol (1997)
‘시에스타’에서 발매되었지만 ‘폴리그램’에서 배급을 맡았을 만큼, 해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둔 라 부에나 비다의 3집. 대폭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본작은 이들의 작은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단출한 연주에 감미로운 멜로디를 얹어 부담 없는 사운드로 청자를 매료시키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 음반은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선율과 낭만적인 분위기로 가득 찬, 보다 ‘성숙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쿠스틱한 연주가 많아져, 상당히 부드러운 질감을 표출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대중적인 음악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예술적인 음악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완숙한 어레인지가 일품인 앨범
LA BUENA VIDA / Gran Panorama (2001)
99년에 내놓은 4번째 앨범 「Panorama」에 보너스 트랙을 추가하고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올해 새롭게 발매할 예정인 작품. 특히, 이 앨범은 한국에서 독점으로 기획한 확장판으로, 전세계 유일한 ‘Release For Korea Only’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이 앨범의 방향은 지금까지 이들이 제시했던 노선이 모두 합쳐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배킹과 단순하지 않은 멜로디의 배치는 3집을 듣는 듯하지만, 이번에는 팝적인 느낌이외에 락적인 필도 강하게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본작에 보너스 트랙으로 첨가될 곡은 , , , 의 4곡으로, 「Panorama」의 LP 버전과 「Eureka」 EP에 담겨있던 곡들이다.siracusa (gran panorama cd2)
RAMON LEAL
라몬 레알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치코 바르께 등이 들려주던 보사노바를 상당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뮤지션이다. 그는 자신의 솔로 활동이외에도 레알 까리오까라는 그룹을 이끌며, 보사노바에 대한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RAMON LEAL & BEATRICE BINOTTI / Bossanova 1999 (1999)
라몬 레알의 데뷔작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보컬리스트 베아뜨리체 비노티와 합작으로 제작한 앨범. 찰랑거리는 보사노바 특유의 리듬감이 잘 살아있는 채로, 감미로운 모노톤의 보컬이 곡을 주도하고 있는데, 물이 흐르듯 부드러운 전개는 긴장감을 누그러뜨려 주는 역할을 한다. 선곡에 있어서 기존에 이미 큰 인정을 받은 곡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앨범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을 해냈는가에 초점을 맞춰 보는 것이 좋을듯한데, 특히 라몬 레알의 연주는 다른 연주자보다 따스한 질감이 충만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RAMON LEAL / Clube Da Chave (2001)
베아뜨리체 비노티와 함께 했던 데뷔작에 이어 발표한 라몬 레알의 2집. 마당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쬐고있는 듯한 느낌의 본작은, 데뷔작에 비해 좀더 다양한 방법론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선곡에 있어서 이 앨범은 데뷔작과 달리 자유분방한 느낌이라, 좀더 청자의 취향에 맞춰줄 폭이 늘었다. 일단 , , 같이 유명한 곡들이 먼저 눈에 띄기는 하지만, 라몬 레알 고유의 특징이 잘 녹아 들어있는 같은 곡도 놓쳐선 안 된다. 왜냐하면 그의 기타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인스트루멘틀 트랙이자, 자작곡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감각으로 채색된, 20세기 보사노바의 21세기식 해석.
COMPILATION ALBUM
‘시에스타’에는 각각의 특성을 잘 살린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컴필레이션 작품들 중에서도, 선곡 면에서나 디자인의 컨셉트 면에서나 탁월한 대칭적 구조를 보이고 있는, 한 쌍의 흥미로운 앨범이 있어 이를 소개해보기로 한다.
SOL Y SOMBRA (2000)
화창한 낮에 어울리는 컨셉트를 가진 음반으로, 엄선되고 엄선된 13곡의 보사노바가 수록되어 있다. ‘시에스타’에 속해 있는 주요 아티스트가 참가하고 있지만, 이 컴필레이션 앨범에 담긴 곡들은 모두가 미발표 곡들이다. 미발표 곡들이라고 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뮤지션의 정규작에 실린 곡들보다 더 수려하다. 보사노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부터, ‘시에스타’에 입문하려는 사람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양질의 음반이다.
EDUCACION Y DESCANSO (2001)
먼저 발표된 앨범이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곡들을 담고 있다면, 이 작품은 보다 우아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곡들을 들려준다고 말할 수 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바라보면서 와인 한잔을 들이킬 때의 기분이랄까? 수록곡 하나 하나가 사랑스런 연인을 보듯 감미로우며, 깔끔하고 세련된 ‘시에스타’ 고유의 재킷 디자인도 잘 나타나있다. 전작과 함께 ‘시에스타’의 특징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음반으로, 14개의 명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THE BARRY GEMSO EXPERIENCE / Ski Lodge Serenade (1999)
‘007’을 연상시키는 재킷의 이미지로 인해 무언가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담겨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의외(!)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음반으로, 한마디로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의 음악에는 시각적 이미지가 많이 작용하고 있는데, 때로는 절절한 사랑의 아픔을 회상하듯, 또 때로는 사랑의 고백이 받아들여진 듯 변화하는 분위기가, ‘다국적 이미지의 총집합’으로 정리되는 영화 사운드트랙과 별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무그와 오르간, 하프시코드 등의 다양한 악기가 표현해내는 입체적 사운드는 우리를 60년대 낡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해 보인다. 딱 국내 취향이라고 생각되는 발라드 만 들어보아도 무언가 감이 올 것 같은데….
REAL CARIOCA / Anos Dorados (1999)
레알 까이오까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솔로 활동을 하기도 하는 라몬 레알의 그룹으로, 라몬 레알보다 좀더 부드러운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본작은 그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 이외에도 피아노가 매우 큰 비중으로 쓰였기 때문에, 어느 한가지 악기에 편중되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보컬이 없는 연주곡이 중심이기 때문에 보컬 라인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만스런 음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보컬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연주들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레알 까리오까뿐만 아니라, ‘시에스타’ 전체를 통틀어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음반.
DAILY PLANET / Romance (1995)
기타 한 대에 스페인의 청취를 가득 담아내는 Ibon Errazkin이 이끄는 그룹으로,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로맨틱 인스트루멘틀의 극치를 자아낸다. 하지만, 멜로디 라인 하나에 집착해 단순한 진행을 반복하는 여느 뮤지션들과는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틀린데, 이본 에라스킨은 이것저것 색다른 분위기를 조합해보는 ‘접목’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 앨범을 위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엘 조벤 브라이언, 라 부에나 비다의 멤버들이 참가해주었으며, 그들로 인해 보다 다양한 사운드를 갖게 되었다. ‘시에스타’에서 발매된 음반들 중에서는, 비교적 이해하기 힘든 음악을 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EL JOVEN BRYAN / Interrial (1997)
회색 빛 빌딩으로 가득 찬 우울한 도심을 생각나게 하는 음악을 담고 있는 앨범으로, 매우 독특한 색채를 지녔다. 느릿한 비트감이 느껴지는 곡들은 대충 트립합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엘 조벤 브라이언은 그보다 어쿠스틱 경향이 강한,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는 사운드를 펼친다. 하지만, 이들이 표현하고 있는 서정성이라는 것은 지독히도 미비한 수준에 불과하고, 차라리 칙칙하게 떨어지는 비처럼 사람의 감정을 은근히 ‘열불나게’ 하는 음울함이 더 부각되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음반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독보적 음반.
FANTASTIC SOMETHING / Songs In A Small Room (2001)
판타스틱 섬씽은 기타와 피아노, 키보드를 맡고 있는 Alex Veis, 기타와 보컬의 Constantin Veis로 이루어진 2인조 그룹이다. 이들은 ‘사이먼 앤 가펑클에 대한 인디 씬의 대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해 왔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런 비유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판타스틱 섬씽의 전체적인 음악 스타일은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 블루보이(Blueboy), 무스(Moose)와 흡사하다. 즉, 매우 감미로운 인디팝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얘긴데, 만약 소개만 제대로 된다면 상당히 많은 팬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스크랩 원문 http://blog.naver.com/moonbeat/1000061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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