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12.수요일
일단 지난 번에 주문했던 VOX 헤드폰 앰프에 대한 평부터 전해 드리고 간다.
지난 시간에 말했듯이 내가 산 것은 주로 솔로용으로 나온 Lead인데, 드라이브는 트래쉬 메탈이 아닌 한 배킹이나 솔로 공히 충분할 정도로 걸리고 소리 품질도 꽤 좋은 편이다. 머 웬만한 앰프를 헤드폰으로 들어도 이 정도 톤이 나오기 힘들다고 보면 될 것 같다(POD같은 모델링 앰프 시뮬레이터가 아닌 한).
다른 모델엔 없고 이 리드에만 달려 있는 FX(공간계 이펙트)는 딜레이 계열인데, 품질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온오프만 되고 조정이 전혀 되지 않는 점이 좀 불만이다. 내 취향으로는 좀 많이 걸리는 느낌이 있는데 원래 딜레이 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는 없을 거다. 헤드폰 앰프 특유의 깔깔한 드라이브 톤을 이 딜레이가 좀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어서 그냥 이펙터 이상의 톤 보정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허나 이 모델은 게인을 최소로 줄여도 여전히 지저분한 드라이브가 조금 남기 때문에 클린톤 쓰기엔 좀 젬병이다. 펜더류의 해맑은 생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인데, 생톤 연주 비중이 높다면 AC-30 같은 걸 하나 더 사는게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 독자 열분들 중 좁은 방에서 혼자 연습하는 처지가 많을 것 같이 이렇게 굳이 헤드폰 앰프 기어 리뷰를 남겨 드린다. 나름 가볍고 작고 소리도 괜찮아 쓸만한 물건이니 참고들 하시라.
리듬에 대한 지난번까지 잔소리를 늘어 놓았으니 오늘은 서대문파의 영원한 로망인 솔로 연주 쪽으로 접근을 시작해 보자.
머니머니해도 일렉트릭 기타의 꽃은 멋진 기타 솔로다. 간혹 AC/DC의 말콤 영이나 키스 리처드 등 리듬 연주만으로 각광받는 기타리스트도 있지만 그건 특별한 케이스고, 대부분의 연주자는 어느 정도 선에서라도 솔로를 하는 능력을 갖고 싶게 마련이다.
근데 구체적인 주법 따위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의 마인드부터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서도 잠깐 말한 적이 있지만 현재 세계 일렉트릭 기타계는 솔로, 테크닉 등과 관련되어 빠르게 쳐도 욕먹고 느리게 쳐도 욕먹는 열라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대해 우리의 관점을 함 잡고 가자는 거다.
알다시피 80년대 중 후반은 헤비메탈과 속주 기타의 시대였다. 잉베이 맘스틴을 필두로 크리스 임페리텔리, 폴 길버트, 비니 무어, 토니 매컬파인, 리치 코첸, 마티 프리드만, 제이슨 베커, 조이 타폴라, 조슈아 페러히어, 등등 기교파 연주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게 쏟아져 나온 시기다. 스티브 바이, 조 새트리아니, 스티브 모스, 에릭 존슨, 누노 베텐코트 등은 특유의 개성으로 위 목록에서는 좀 벗어나 있지만 여하튼 기교파 연주자인 것은 마찬가지.
근데 이 흐름이 90년대로 넘어가면서 퍽 끊겨 버리고, 한때 영웅이었던 위의 인물들 중 상당수는 다음 세대에 의해 바보 멍청이에 가까운 평가절하를 받게 된다. 바로 시애틀 4인방으로 대변되는 얼터너티브의 붐과 이어진 네오 펑크, 모던 록의 유행 때문이다. 한때 안티 플레잉(Anti Playing)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기교와 속주에의 알레르기에 가까운 과격한 반감이 팽배했던 90년대였다.
여기에 대해서 필자 역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오랜 세월의 천착 끝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악기에는 결국 기교가 필요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절대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교가 특출하지 않는 연주라도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지난 리듬 이야기 속에서 내 그런 입장은 드러났을 것으로 안다), 기교를 추구하는 것도 그저 서대문파의 허영이나 잘난 척 하고 싶은 과시욕의 발로라고 치부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클래식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 역시 그런 욕을 먹어야 마땅할 거다.
이소룡 짝퉁 드래곤 리의 위용.
실전에서 이따우 폼을 잡으면 싸움이 되지도 않겠지만 영화에서는 필요하듯,
적절한 기교 연주는 음악의 간지를 살리는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진하고 별로 안 맞는 논리인 거 안다. 그저 이 사진이 너무 좋을 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80년대 속주 기타의 문제 역시 단지 기교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빠르게 치는 연주자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그들 상당수가 나름의 개성도 없이 엇비슷하고 향후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런 상황의 연속에 따른 실망감이 속주 기타 음악의 싸구려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어 연주 기교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발전된 것이다.
암튼간에 이제 2000년 하고도 10년째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는 이것 역시 우리가 극복해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딛고 기교적인 연주는 그것대로, 기교적이지 않은 연주는 또 그것대로 균형을 잡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기교를 위한 기교 보다는 음악적인 표현력을 풍성하게 해주는 관점에서의 접근이라는 음악적 고민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런 데에 도움이 되는 연주자들로 필자는 에릭 존슨, 스티브 모스, 스캇 핸더슨 등을 추천하는 바이다. 머 곡에 따라 전혀 기교적이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여하튼 함 찾아서 들어 보시면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요컨대 느리게 치는 것을 창피해 할 것도, 빠르게 치는 것을 불안해 할 것도 없는 거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이제 연습으로 들어간다. 기타 솔로에 있어서, 특히 기교적인 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왼손과 오른손의 조합이다. 기타라는 악기는 왼손가락으로 지판을 짚은 순간 피킹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활을 사용하는 현악기보다 속도 내기가 훨씬 어렵고 두 손의 조합이 더욱 중요해진다.
머 시중의 교본에 크로매틱 연습 등 많은 예제들이 있으니 그걸 여기서 다시 반복하지는 말도록 하자. 여기 올쯤 되면 그런 것들은 다들 해 보셨고 또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저 왼손가락이나 손목에 너무 힘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잔소리 하나만 해 둔다.
대신 필자가 오늘 소개하려는 것은 개방현을 사용한 연습들이다. 싱글 라인(기타 솔로나 멜로디)에서 개방현을 잘 섞어 쓰면 속도감을 쉽게 낼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음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음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연습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왼손과 오른손 조합의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되며, 피킹의 정확성과 피킹 리듬 연습에도 은근히 유용하다.
먼저 아래를 보자.
● 악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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