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올라'는 도대체 뭘까? 갑자기 어르신들의 입에서 입으로 생소한 포르투칼어인 '그라비올라'가 돌아 다닌다. 풍문으로 듣자하니 항암제 보다 효과가 1만배 이상이라고 한다. 하나님이 갑자기 암에 걸린 인간이 불쌍하여 '그라비올라'를 선물하신 걸까? 실제로 '그라비올라'의 잎과 씨앗을 파는 업자들은 '신이 내린 선물', '암을 이기는 마법의 약초' 같은 광고 카피를 사용하고 있다. 도대체 '그라비올라'가 뭔지 알아보기로 한다.
그라비올라(Graviola)?
그라비올라는 포르투칼어다. 영어로는 'soursop' 샤워숍이고, 필리핀에서는 'Guyabano' 구아바노로 부른다. 한국말로는 '가시여지'라고 부른다. 포르투칼이 남미대륙에 들어가 살육과 약탈을 하던 제국주의 땅따먹기 시절에 원주민들이 상처나 병이 생겼을 때 요상하게 생긴 큰 과일을 민간요법으로 즐겨 먹는걸 보고 붙인 이름이 아닐까 생각된다.
위키오픈백과에서는 그라비올라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자.
그라비올라 (Graviola; soursop)
Annona muricata라는 식물의 열매이다. Soursop 이라고도 한다. 맥시코가 원산지인 포도과 식물로 따뜻한 곳에서 잘 자란다. 5도 이하의 기후에서는 가지와 잎이 손상을 받는다. 그라비올라는 이 열매의 브라질리안 포르투칼어 이다. 항암효과가 있다고 소문만 나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Cancer Research UK)
신경독성
미국 슬로언케터링 기념병원에 따르면 그라비올라 알카로이드 추출물은 신경독성이 있어서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Atypical Parkinson's disease)
씨앗에 포함되어 있는 아노나신은 신경퇴행성 질병과 관련된 신경독이다. 그라비올라 차나 음료를 마셔서 생기는 파킨슨병은 아노나신이 원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2010년 프랑스 식품안전청에서는 이러한 비정형 파킨슨병이 아노나퍼리카타와 관련되어 있다고 확인할 수 없으며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하였다.
항암치료
Cancer Research UK 에 따른면 현재 인터넷 광고에서 그라비올라 캡슐을 암치료용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였고, 암치료를 위해 이것을 사용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2008년 영국에서 암치료 용으로 그라비올라을 판매한 사람에게 사기죄로 유죄가 선고되었다.
미국 통상부에서는 바이오크 테크놀러지 사에서 판매하는 그라비올라 추출물에 암을 막거나, 치료하거나, 호전시킨다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 라고 결정하였다.
2008년 영국에서 암치료용으로 그라비올라를 판 사람에게 유죄(사기죄)를 판결한 법원의 대변인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자료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Soursop)
"It is important now as it ever was that people are protected from those pedding unproven products with spurious claims as to their effect." 잃어버린 공교육 6년의 영어 내공으로 대충 해석 하면... "이런 사기꾼(약장사)들의 농간으로 부터 사람들(암환자)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 판결은 매우 중요하다" 정도 되겠다.
시험문제다.
[문제 1] 위 영국의 판결을 고려하여 대한민국의 현 상황(그라비올라 열풍)을 판단하여 서술하시오!
초딩의 머리로도 아래와 같은 답안정도는 나올 것이다.
[답안] 대한민국의 암환자들은 현재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라비올라는 암환자에게 어떠한 의학적 효능도 입증되지 못했고, 심지어 주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파킨슨병과 신경퇴행성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의심없이 그라비올라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비올라는 열매를 지칭하는 말이고 나무의 학명은 Annona muricata(아노나 무리카타)
'항암제 보다 1만배의 효능'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많은 기사들이 있지만 가장 오래된 소문의 진원지는 스포츠조선 글로벌경제팀 2014년 1월 27일자 기사였다.(관련 기사 : http://sports.chosun.com/news/utype.htm?id=201401280100261560016599&ServiceDate=20140127)
이후 결정적 파장은 2014년 12월 11일 TV조선 '내몸사용설명서'에서 그라비올라를 다루면서 였다. 그리고는 MBN, JTBC를 비롯한 여러 종편과 'SBS 모닝와이드' 등에서 '암을 이기는 마법을 약초'라는 시각에서 그라비올라를 소개했다.
현수막의 자극적인 문구 처럼 신비의 약초 항암나무, 고혈압, 당뇨, 아토피, 피부질환에 탁월한 작물을 한국에서 재배하게 되었으니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병으로 부터 해방되겠다.ㅜㅜ 그라비올라가 지천에 널린 필리핀은 당연히 장수 국가일 것인데... 필리핀의 평균 수명은 세계 118위, 한국은 24위다.
냄새가 난다. 그라비올라 농장과 종편 사이에 '광고계약' 냄새가 난다. 지난 번 아로니아 열풍 때, 열풍을 만들어 낸 MBN '천기누설'과 아로니아 농장 사이에 실제로 '광고 계약'이 있었다는 걸 뉴스타파에서 밝힌 바 있다.
모르셨다면 챙겨보시고... (관련 뉴스 : http://newstapa.org/24180)
'항암제 보다 1만배의 효능'이라는 소문을 국내 종편들이 퍼 날랐는데... 지어낸 얘기는 아니고 소스가 있기는 했다. 미국의 Naturalnews에 2013년 8월 19일에 "Guyabano fruit acknowledged as a miracle cure for cancer"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기사를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A research that was conducted back in 1976 says that one chemical found in guyabano is about 10,000 times more powerful and potent than a drug used for chemotherapy called Adriamycin"(관련 기사 : http://www.naturalnews.com/041685_guyabano_cancer_superfruit.html#ixzz3ahksjr5m)
역시 잃어버린 공교육 6년의 영어실력으로 해석하면 "1976년에 재실시 된 조사에 의하면 구아바노에서 발견한 어떤 화학성분이 항암화학요법에서 Adriamycin보다 만배의 효과가 있다" 정도 되겠다.
그런데 이 기사를 쓴 Sandeep라는 놈이 수상하다. 기사 내용이 국내 종편처럼 광고 같았다. 그래서 다시 검색에 들어간다.(아...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 졸라 손아프다.)
그라비올라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구아바노닷컴(http://guyabano.com/)에서는 그라비올라 만배의 항암 효능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A scientific research published in the Journal of Natural Products in 1996, stated that the bioactivity-directed fractionation of the seed resulted in the isolation of a new compound (cis-annonacin) that is selectively cytotoxic to colon adenocarcinoma cells (HT-29) in which it was 10,000 times the potency of Adramycin."
그러니까 요약하면 만배라는 수치는 그라비올라에서 추출한 새로운 화합물인 'cis-annonacin'이 기존의 'Adramycin' 보다 대장암(선암) 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Naturalnews에서는 이 연구가 1976년이라고 했지만, 구아바노닷컴에 따르면 1996년이다. 그리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는 그 만배의 효능도 '대장암(선암) 세포(HT-29)'에 국한된 것이었다.
연구 논문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아 어떤 자료가 정확한 것이고 믿을만한 정보인지 확신이 안 선다. 그래서 다시 구글링... 그러다 미국 화학학회에 실린 논문을 하나 발견했다.
제목은 [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s of diverse Annonaceous acetogenins against multidrug resistant human mammary adenocarcinoma (MCF-7/Adr) cells.]
논문 요약은 아래와 같다.(관련 자료 : http://pubs.acs.org/doi/abs/10.1021/jm9700169)
Abstract
Fourteen structurally diverse Annonaceous acetogenins, representing the three main classes of bis-adjacent, bis-nonadjacent, and single-THF ring(s), were tested for their ability to inhibit the growth of adriamycin resistant human mammary adenocarcinoma (MCF-7/Adr) cells. This cell line is resistant to treatment with adriamycin, vincristine, and vinblastine and is, thus, multidrug resistant (MDR). Among a series of bis-adjacent THF ring acetogenins, those with the stereochemistry of threo-trans-threo-trans-erythro (from C-15 to C-24) were the most potent with as much as 250 times the potency of adriamycin. A spacing of 13 carbons between the flanking hydroxyl of the THF ring system and the γ-unsaturated lactone seems to be optimum with a spacing of 11 and 9 carbons being significantly less active. Several single-THF ring compounds were also quite potent with gigantetrocin A (11) being the most potent compound tested. The acetogenins may, thus, have chemotherapeutic potential, especially with regard to MDR tumors.
간단하게 요약하면 'Annonaceous acetogenins' 화합물을 가지고 유방선암(MCF-7/Adr)의 성장 억제에 관한 실험을 해 봤더니... 복잡한 활동을 하는 'Annonaceous acetogenins'이 다제내성(MDR) 항암 치료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라비올라는 분명 효능이 있는 식물이다. 몇백년 간 혹은 몇년천 동안 열대지방의 인간들에게 이롭게 작용했다. 그라비올라를 민간요법으로 활용하는 열대지방에서 이뇨작용이나 염증 완화와 항균 효과, 헤르페스 같은 단순한 포진 바이러스의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라비올라(샤워숍) 주스 만드는 방법
그런데 정말 암환자가 일반적으로 그라비올라를 섭취(잎차, 과육 등) 했을 때 위의 실험처럼 'Annonaceous acetogenins'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 할 수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유행하는 것은 그라비올라가 아니라 필리핀 산 Annona muricata라는 학명을 가진 나무의 잎차다. 이 잎차를 녹차처럼 우려 내 음용함으로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냐는 말이다. 위 논문을 비롯한 그라비올라 관련 몇몇 논문들은 모두 항암제 신약 개발을 위해 그라비올라 씨앗에서 추출한 'Annonaceous acetogenins'이라는 성분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
도대체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커피생두가 몸에 좋다는 데 커피나무 잎을 먹는 격이다. 들깨 기름이 좋다는데 깻잎이 불티나게 팔리는 꼴이다.ㅜ
아무 이유없이 그라비올라를 불신하려고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어떤 작물이 어디에 효능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일단 그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고 정말 효능이 있는지 그 간의 연구 논문을 살펴 봐야 하는게 당연한 이치인데... 대한민국은 다짜고짜 일단 섭취부터 하려고 한다. 불과 얼마 전 백하수오를 가장한 이엽우피소 파동을 겪었으면서도 정신을 못차리니 말이다. 제발 알고나 먹자!
약장사는 시대와 지역에 관계없이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존재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주기적으로 내놓는 항암제 신약발표는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 S6를 발표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마트폰에 생체인식 기능이 추가되어 헬스케어가 가능하다고 떠들어 대지만, 실제로는 잠재적 수요가 많은 바이오산업에 핸드폰업체가 숟가락을 올린 것일 뿐 국민의 건강과는 무관하듯이 제약회사들이 수많은 신약(항암제)을 내놓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암사망자는 점점 더 늘어날 뿐이다.
제약회사들과 결탁한 의사들의 연구 논문을 다짜고짜 믿을 수 없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정확한 혹은 정직한 정보를 검색하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세상이다. 각자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약장사들의 입김에 봄날의 처녀가슴 처럼 흔들릴 것이다. 신토불이라 했다. 자기 몸에 이로운 것들은 자기집 주변에 다 있다고 방랑식객 임지호가 그랬다. 지중해의 아로니아, 열대의 그라비올라... 앞으로 한국에 없는 열대지방 작물이 종편을 통해 장사가 잘 될것 같다.
그라비올라 성분표(출처 - 미국 농무부)
그 외 참고사이트
http://www.medicalhealthguide.com/herb/guyabano.htm
http://healthyeating.sfgate.com/benefits-graviola-leaf-89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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