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펌]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㉛ 카코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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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 앨범 화(和)를 발매한 스물다섯 살 여성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는 이제 막 분출하기 시작한 화산 같은 뮤지션이다. 정확히 1년 전만 해도 그는 음악과는 관련 없이 그저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던 보호자였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는 단 보름 만에 정규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 그 후 6개월 만에 정규 데뷔 앨범을 발표했으며 뮤직비디오 네 편을 제작했고 그중 두 편에서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무(無)에서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데에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특히 그가 연출한 뮤직비디오 두 편(<결국>과 )은 자못 충격적이다. 자신이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삶과 죽음, 선과 악의 충돌이라는 인간 본질에 관한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갔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곧 날아가버릴 휘발성의 관심을 구하는 대신 그만의 강렬한 메시지 전달에 골몰해 결국 어느 정도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가 택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되려는 노력이었다. 사람들에게 놀람과 감탄 혹은 두려움을 안겨주는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어딘가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 뮤지션 비외르크가 떠오른다. 카코포니를 만나 데뷔 음반이 만들어진 과정과 직접 연출하고 연기한 뮤직비디오 이야기, 그리고 그가 어떻게 평범한 모범생에서 개성 강한 아티스트로 변모했는지 들어보았다.
카코포니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끝까지 놓지 않고 밀고 나갔다.
이기용:데뷔 앨범 <화>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카코포니:엄마의 죽음으로부터 나온 앨범이다. 엄마가 폐암으로 투병생활을 할 때 내가 간병을 하면서 난생처음으로 엄마와 가까워졌다. 그 전에는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16일에 결국 돌아가셨다. 발인까지 하고 돌아온 후 미친 듯이 곡을 썼다. 엄마로서가 아닌 한 개인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노래 대부분이 2주 동안에 다 만들어졌다. 사실 나는 음악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간호사였던 엄마는 예술적 기질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것을 표출하지 못한 채 감추고 살았다. 발산하지 못한 예술적 욕망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했고 마지막 순간에도 그 점을 아쉬워하며 돌아가셨다. 엄마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원래 나의 내면에 있는 예술적 기질을 감추고 살면 불행하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외무고시를 준비했는데 그런 상황을 다 지켜보니 나도 예술적 기질을 표출하고 살아야겠구나 싶더라. 그래서 이 음반을 만들게 되었다.
이기용:카코포니는 음악만큼이나 직접 연기하고 연출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10월 데뷔 앨범을 발표한 이래 총 네 편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들었다.
카코포니:지금도 두 곡의 뮤직비디오를 더 만들고 있다(웃음). 노래를 만들 때는 사실 왜 썼는지 모를 정도로 신들린 상태에서 작업했던 것 같다. 음악이랑 다르게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뭘 표현하고 싶었는지 아는 게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서라도 내 내면의 밑바닥까지 가야 했다.
이기용:그래서 마주한 것이 삶과 죽음, 선과 악 등 묵직한 주제다. 이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은 어땠나?
카코포니:내 안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무척 고통스러웠다. 한 인간이 해방되기 위해서는 저질렀던 모든 죄를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로제타’라는 곡에서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을 참고했다. 반면 ‘숨’이라는 곡에서는 천국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천국에 가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곳에는 대화라는 게 있을 것 같았다. 내 경우는 엄마가 떠나고 나서 느낀 엄마의 사랑을, 그 영혼의 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이 작업은 나에게는 마치 굿판 같은 것이었다. 엄마가 나에게 남겨준 돈이 있었는데 모두 털어서 이 앨범 제작비로 썼다. 내가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나. 엄마를 위한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걸로 행복하다.
이기용:최근 발표한 뮤직비디오에서는 직접 천사와 악마로 분해 연기했다. 어떻게 악마 연기 같은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나?
카코포니:나도 예전에는 예쁨받기 위해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다(웃음). <결국>을 완성하고는 ‘아, 나는 결혼은 힘들겠구나’ 했고, 를 완성하고는 ‘아, 나는 아무래도 친구 사귀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그만큼 이전의 나는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다. <결국>을 찍고 외모 콤플렉스를 모두 버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결코 하지 않을 표정을 짓고, 이상한 렌즈를 낀 채 거의 전라 상태로 연기하는 나를 보면 그냥 예쁘다 안 예쁘다 하는 기준으로는 평가를 못 하게 되더라. 나는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뮤직비디오 연출과 연기를 하면서 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바라보게 되었다(웃음). 이번 앨범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독립했다고 생각한다.
이기용:음악도 영상도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코포니:케이팝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해주는 해외의 유명 사이트에 내 작품이 우연히 올라갔다. 그 사이트는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을 찍어 올리는데 내 뮤직비디오가 최근에 화제가 되었다. 지난 연말에는 그 사이트에서 뽑은 올해의 노래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나는 그저 엄마를 기리기 위해 앨범을 만들었을 뿐인데 그 노래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기용: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되어간다. 음악을 한 것이 상실감 치유에 도움이 되었나?
카코포니:물론이다. 앨범 나오자마자 엄마를 모셔둔 납골당에 갔다. 그 앞에서 1집 앨범의 전곡을 다 들었다. 마치 엄마와 함께 들은 것 같은 그날의 경험 이후로 많은 것이 치유가 되었다. 엄마를 그제야 잘 보내드린 기분이었다. 재미있는 게 외국인들이 자기도 엄마를 잃고 너무 힘들었는데 내 노래를 듣고 치유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많이 보냈다. 한국어 가사를 못 알아듣는데도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반응이 오는 것을 보고 음악의 신비한 힘을 느꼈다.
그는 예전의 자신은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 타인의 시선에 갇혀 있는 타입이었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한국이 원하는 스펙도 열심히 쌓았다. 그러나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했다. 그가 만든 음악과 영상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상업적인 고려보다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끝까지 놓지 않았고 그것들과 매우 용감하게 대면했다는 점이다. 오는 10월4일에 발매할 다음 앨범의 모든 곡 작업을 벌써 끝냈다는 카코포니. 그의 새로운 앨범은 ‘몽(夢)’이라는 타이틀로 꿈에 관한 이야기를 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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