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다큐를 제외하고) 팩트를 토대로 제작되는 경우는 많이 있다. <또 하나의 약속>도 벌어졌던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 졌다. 하지만 여타 다른 영화와 비교하면 이 영화의 의미는 더 크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을 담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도 담고 있어서 그렇다. 단지 과거에 있어던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 힘겨운 질문을 한다. 당신은 삼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은 삼성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가 없는 회사, 일하다 큰병을 얻었을 때 산재승인 받기가 가장 어려운 회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의 노동을 그 회사에 팔겠는가? 그래도 다른 데 보다는 값을 많이 쳐주니까?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일 꺼다. 영화의 내용에 공감하고 삼성의 행태에 분노하지만 자기 아들이 삼성에 들어갔다고 하면 동네잔치를 하는게 우리 서민의 얄궂은 생이다. 오늘은 <또 하나의 약속>을 보며 삼성에 분노하지만 내일은 SSAT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준비하는 20대가 얼마나 많겠나?
영화 변호인은 천백만이 넘었다지만... <또 하나의 약속>은 50만이 안되나보다. 아직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아직 안 본 사람들은 꼭 챙겨 봤으면 좋겠다.
박철민 윤유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연기도 좋지만 강원도(속초) 사투리가 조금 어색하긴 했다. 경상도 전라도에 비해 강원도 사투리로 연기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그 예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강원도 출신 배우(원빈, 김래원, 유동근 정도가 고작)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컨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투리 말고는 전반적으로 다 좋았다. 선동하고자 현실을 과장하지도 않았고 분노에 가득 차지도 않았다. 모든 판단과 분노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 두고 갑자기 찾아온 불행 속에서 좌절하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린 영화였다. 평점 9.5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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