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여행기 / 둘째날
전날 심야식당에서 과음한 탓에... 11시가 넘어 일어났다. 아... 내 조식ㅜㅜ 내일은 꼭 일찍일어나야지 다짐한다. 내일은 조그만 경차를 한대 렌트할 생각인데 오늘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일단 유이레일을 타고 슈리성으로 이동한다.
저기 단 두량의 강난감 같은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 귀엽다. 그리고 경제적이다. 이렇게 잘 운영중인 모노레일을 보면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생각난다. 850억 혈세를 삼킨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 인천시민들은 한번 타보지도 못하고 건설사만 배불리고 끝났다. 최근 관광 모노레일로 탈바꿈 한다고 다시 공사중인 걸로 알고있다.ㅜ 공기업(공무원)이 사기 안치고 뒷돈만 안챙겨도 나라꼴이 일본만큼은 돌아가는 듯 하다.
유이레일에서 지나가며 찍었다. 왠지 궁금해진다. 저긴 뭐하는 곳일까? 가려고 계획한 바 없지만 그냥 내려서 가볼까? 충동이 생긴다.
도시 전체에서 붉은색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새빨간 건물이 촌스럽지 않고 마음을 끌어당긴다.
골목 어귀에서 건물 입구에서 지붕 위에서 언제든지 액막이 '시사'를 만날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 벽에도... 시사는 오키나와 말로 사자라는 뜻이지만 사자는 아니고 동아시아의 환상종인 '해태'의 또 다른 형태이고, 일본의 신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코마이누'와 비슷한 모습이다. 어쨌든 환상속의 동물이고 악귀와 불운을 잡아먹는 수호신이다.
오키나와 대표 건축물의 지붕은 이런 모습이다. 붉은색은 기와의 색이고 하얀 마감재의 원료가 뭔지는 모르겠다. 규조토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무래도 섬이 많고 산호도 많으니까.
지나가는 현지 꼬마에게 "치와스"인사를 건냈는데... 이녀석 대꾸도 없이 표정이 저렇다. 순간 여기가 중국이나 한국처럼 느껴졌다. 일본 꼬맹이들은 인사 잘 받아주는데...
류큐 석회암으로 쌓아 올려진 슈리성 성벽이다. 군데군데 성벽의 색이 다르다.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았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때 일본군은 슈리성을 주둔지로 활용했고 미국의 해군함정 미시시피호는 1945년 5월 25일부터 3일 동안에 무차별 포격을 한다. 류큐왕조의 수많은 문화재는 이때 소실되었다. 슈리성의 사진은 다른분들이 많이 소개하니 패스~
오키나와의 대표 과자 친스코와 산삥차(자스민)다. 슈리성에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어 들어가 봤다. 친스코는 밀가루, 설탕, 돼지기름을 주원료로 류큐시대부터 만들어 먹던 전통과자다. 특별한 맛이 있지는 않다. 그냥 그랬다.
전통무용을 무료로 보여주는 무대도 있다. 공연은 꽤 볼만했다. 연신 삑사리 같은 고음으로 이렇게 외친다. "이야~사사" 굉장히 중독성 있다. 이 공연을 보고 나서 오키나와에 있는 내내 "이야 사사"를 뜬금없이 따라하곤 했다. 지금까지도 누가 "오키나와" 하면 "이야 사사"로 화답한다.
슈리성에서 나와 공원길(숲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벤자이텐도'라는 연못 안에 있는 조그만 섬이 있다. 1502년 조선에게 받은 불경을 보관했던 장소인데 1609년 사츠마(가고시마)의 침략으로 소실되었다 한다. 지금 건물은 1968년에 복원 된 것이다.
벤자이텐도에 있는 연못의 물이 흘러 나가는 곳에는 산책로가 이쁘다. 걷다가 이상한 현지 아줌마를 만났다. 주변 청소도 하고 오리들에게 밥도 주고 그러다 담배도 한대 피우고... 솔선수범하는 인근의 착한 주민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를 향해 언성을 높여 무서운 얼굴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신다. 일본말은 아닌데 직감으로 욕이라는 걸 느꼈다. 오키나와 방언으로 뭐라뭐라 하신것 같은데... 지적장애가 있으신것 같았다. 무슨 봉변을 당할 것 같아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여기 가셔서 이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면 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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