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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 강의

기타강좌 - 신(新) 기타스토리 2

by 속 아몬드 2010. 3. 3.


2009.7.2.목요일
 

기타스토리의 재탕을 합리화하기 위해 유학경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꼼수를 썼는데, 열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지난 시간의 17시간 운운하는 이야기에 기 죽지 마시기 바란다. 기타는 그렇게 쳐야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필자의 연주 철학도 별로 그런 방향은 아니다.

또 미리 말해 두고 싶은 것은, 전에도 그랬지만 신 기타스토리 역시 기타 열라 잘 치는 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하기만 하다면 택도 없이 쉬운 것도 나오고 한없이 어려운 것도 나올 거다. 그리고 아무래도 일렉트릭 기타 쪽에, 초보보다는 어느 정도 기타를 친 분들에게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는 점 이해하시라.

그리고 늘 강좌만 하지는 않는다. 재미 없고 딱딱해서 그렇게는 못한다. 당근 별로 체계도 없고 오늘은 이 이야기, 내일은 저 이야기 아마 오락가락 할 거다. 솔직히 너무 반가워들 해서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없잖은데, 그저 나는 예전처럼 내 식대로, 내 맘대로 할 뿐이니 그렇게 아시도록.

그럼 오늘의 이야기.


세상에 기타리스트는 쟝르 불문하고 두 종류 밖에 없다. 그건 바로 서대문파와 백마파다.

뭔 개소리냐... 고 하실 넘들도 있겠지만 내 또래에 기타 좀 친 분들은 먼말인지 대략 알지 싶다. 또 얼마 전 모 토크 프로에 출현한 김태원과 윤도현, 김C의 대화를 본 넘들도 있을 거다.

그렇다. 저 파벌들은 바로 80년대 우리나라의 기타계를 양분하던 두 거대 세력인 것이다.

 
무림 사대문파가 아닌 서대문파이니 착오 없도록.
사진 우측은 당대 최고(또는 최악)의 이소룡 짝퉁 드래곤 리.
기사 내용 및 기타와 아무 관련 없음
.

서대문파는 당시 헤비메탈의 산실 역할을 했던 서대문 서문악기를 중심으로 뭉친 연주자들이었다. 그리고 백마파는 라이브 카페들이 있던 일산 백마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주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던 록 가수들을 뜻한다(지금의 미사리 가수들과는 분위기가 다르고 전인권 머 이런 분위기라고 보면 된다).

당시는 이렇게 구체적인 거였지만 지금 관점에서는 확장해서 각각의 경향을 지닌 연주자들로 뭉뚱그릴 수 있을 거다. 그런 입장에서 이 두 계열을 나누면 아래와 같이 된다.(사실은 신촌파 등도 있지만 복잡해지니 생략)

? ● 서대문파 ? 헤비메탈, 디스토션, 속주 솔로.
? ● 백마파 ? (소프트) 록, 클린 톤, 리듬 및 노래 반주. 

문제의 토크쇼를 유심히 본 분들이라면, 김태원한테 통기타를 주고 리듬이나 반주를 치게 했을 때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는 걸 느꼈을 거다. 반면 연주자라기보다는 가수인 윤도현이 오히려 블루스 리듬을 맛깔나게 연주해 보이기도 했다.

김태원의 이런 모습은 다른 연예 프로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치다가 코드를 잊어먹던가, 주법이 틀리던가, 줄을 잘 못 치는 따위의 엉성함이 토크의 분위기와 어울려 웃음 코드로 작동하곤 한다. 이건 일반인에게는 그저 웃긴 거지만 김태원의 경력과 실력을 아는 자들에게는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태원 사진 3장으로 도배가 된 부활 1집 표지.
당시 기준으로도 촌스러운 디자인이지만
김태원이 그 시절 어떤 존재였는지 가늠케 한다.
우측 아래의 트로트틱한 카피 정통 로크그룹 부활 골든 제 1집
부분은 가히 촌스러움의 화룡점정.

그렇다고 김태원이 기타를 못 친다는 말은 당근 아니다. 이런 모습은 그저 서대문파의 전형적인 성향일 뿐이다. 메탈 연주, 속주 등등에 비해 이런 쪽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김태원 뿐 아니라 필자도 코드 멜로디나 복잡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남 앞에 내세울 실력이 못 된다.

아마 여기 기타스토리를 보러 온 니들도 실은 사정이 비슷하지 싶다. 안 그러냐? 


이런 이야기를 초장부터 늘어 놓은 이유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자신을 함 돌이켜 보고, 처음인 만큼 리듬의 기초에 대해서 함 논해 보자는 뜻이다.

(우리) 서대문파는 솔로에 대한 욕심이 많고 테크닉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물론 나쁜 건 아니지만 음악적 표현이 제한되고 기교 자체에 매몰되는 경향이 많다. 때로는 리듬감이나 리듬 연주 경험이 부족해 주변에서 시키는 간단한 곡도 반주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이런 상태에 너무 빠져 있게 되면 나중에는 메탈 리프와 솔로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연주자가 된다. 머 그렇다고 서대문파 성향을 가진 사람이 백마파에 속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리듬과 코드에 대해 좀 공부하고 연습함으로써 단점을 보안하고 나아가 장점으로 바꾸어 갈 수는 있는 거다.

그럼 일렉기타로 리듬을 잘 친단 건 어떤 거냐? 와와 걸고 정신 없이 16비트로 우까부까 쳐대는 건가? 아니면 메탈존 빠방하게 넣고 구광광광광치면 되나?

아래를 함 들어보자. 훵크의 원조, 대부, 제임스 브라운의 섹스 머신이다.

그야말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연주. 중간에 잠깐 빼면 두줄 갖고 띡띡 거리는 게 다니, 이렇게 쉬운 걸 기타 연주라고 할 수나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다.

그럼 직접 함 해 보시라. 아래는 악보다. 메트로놈 필수고, 가급적 녹음을 해서 들어보고 위의 연주와 비교하시기 바란다. 에이 이까이거 하지 말고 진지하게 쳐 보자. 아래 피킹 기호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어떠신가. 원곡의 그루브가 눈꼽만큼이라도 살아 나시는가. 아니면 손의 움직임과 음표의 위치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버벅거리고들 계신가. 냉정하게들 함 판단해 보시라.

이런 훵키한 걸 치라고 하면 또 온통 사각사각 하는 뮤트 음을 잔뜩 집어 넣는 넘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오늘의 목적상 그렇게 치면 안 된다. 리듬은 16비트지만 스트로크는 단 네 번만 하는 거다.

글타. 리듬이라는 것은 음표만으로 구성되는 게 아니다. 음표와 쉼표로 만들어지는 거다. 빈 공간, 여백... 리듬은 그 속에도 존재한다. 때로 음표보다 쉼표가 훨씬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리듬 연주자는 한 마디에 음표가 하나만 있더라도 훌륭한 그루브나 스윙을 만들어낸다. 반면 나쁜 리듬 연주자는 그저 악보상에 있는 음을 빈 공간에 적당히 때려 넣을 뿐이다. 이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래는 타산지석 연주다. 아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불필요한 음들과 엉성한 스트로크가 리듬의 긴장감을 끊어놓고 그루브도 살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서대문파의 리듬 연주라고 할만 하다. (튜닝도 정확하지 않다).

아래는 잘한 연주. 약간의 뮤트음이 들리지만 이 정도는 전체 그루브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샤프한 음색과 절제된 동작, 그리고 팽팽한 고무줄 같은 그루브의 탄력. 위와의 차이가 느껴지시는가덜.

이게 아래 사람처럼 맛갈나고 안정되게 되지 않는다면 리듬 연주의 기초가 안 되어 있는 거다. 꼭 훵크를 잘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게 제대로 안 된다는 건 전반적인 리듬에 대한 이해도나 감이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건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고,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자주 짚어갈 생각이다. 일단은 위의 리듬과, 그 외 유사한 리듬들을 좀 연습해 보시라. 그리고 유튜브에서 각종 sex machine 연주들을 찾아서 비교하고 판단도 해 보시라. 테크닉이니 뭐니 들어가기 전에 이것부터 말해두고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 기타스토리는 필자 본인의 사운드 파일 등과 함께 유튜브도 많이 활용할 계획이다. 꼭 유명 연주자들의 비디오가 아니더라도 잘하는 넘, 못하는 넘, 웃긴 넘 등 우리 기타 연주자들에게 도움되는 자료가 산적한 곳 아니겠냐.

그럼 담 시간에.

<추신>

1. 예전 기타스토리는 다 어디로 갔냐는 문의가 있었다. 아무래도 딴지가 이리저리 이사 다니는 가운데 유실된 줄로 알았는데, 편집부에 문의한 결과 조만간 복원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본지의 오랜 전통대로 쫌만 기둘리시면 해결이 될 것 같다. 정 급하신 분들은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기타스토리 혹은 파토를 검색하면 많이 찾을 수 있으니, 굳이 옛 버전을 보겠다면 시도하시기 바란다.

2. 필자의 연주곡 같은 걸 선보이길 기대했던 분들도 있겠지만 대충 할 수는 없는 거고 도무지 시간이 안 난다. 심지어 2년 전부터 앨범 내준다는 사람도 있는데 작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강좌에서의 사운드 파일들로 만족하시고 이 부분은 나중에 때가 되면 정식으로 만나보도록 하자.


딴지 전임 오부리 파토(pato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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