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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틀 속 아몬드

라됴헤드(Radiohead) 내한공연 후기, 지산밸리록페 2012

by 속 아몬드 2015. 3. 25.

지산밸리록페스티벌 2012

트라이포트 부터 쭉~ 록페를 달린 덕분에 이제 관절에 무리도 오고... 해서 그렇게 흥분할 일이 없다.

그런데 30대 중반의 내가 10대 처럼 설레었다. 라됴헤드를 처음 알게된 그때 처럼 말이다. 중-고딩을 보내던 90년대 중반 꼭 봐야할 밴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살면서 세상이 많이 좋아져 90%는 달성했다. 이제 가장 굵질한 밴드 하나 남았는데... 바로 Radiohead다. 

















라됴헤드를 버킷리스트 최상위에 두고 있는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자우림 김윤아도 남편과 같이 왔다. 이날 내 눈에 띈 뮤지션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김윤아는 유독 여신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한가롭게 김윤아 사진이나 찍고 다녔던 이유는 귀를 아끼기 위해서 였다. 오늘은 오직 라됴헤드만 담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은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드디어 어두워졌고 그분이 오셨고 나는 귀를 열고 영접할 준비를 마쳤다.

이날의 흥분을 말로 다 담을수 없다. 왜 라됴헤드가 갑인지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레코딩 보다 못한 라이브를 들려주면서 10만원씩 받아 처먹는 허접쓰레기밴드가 판치는 세상에서 콘서트가 왜 존재하는지 라됴헤드는 알려주었다. 레코딩 이상을 무대에서 구현하면서 게다가 백스크린의 영상은 음악과 혼연일체 그 이상이었다. 


셋리스트 다음과 같았다. 첫 방문의 선물이었을까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곡을 선사했다. 2시간 넘게...ㅜㅜ

Bloom, 15 Step, Lotus Flower, Kid A, Morning Mr. Magpie, The Gloaming, Separator, Pyramid Song, Nude, I Might Be Wrong, There There, Karma Police, Myxomatosis, Feral, Idioteque, Give Up The Ghost, Exit Music, Talk Show Host, The National Anthem, Planet Telex,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Reckoner, Paranoid Android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셋리스트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1~2집 때의 펑크스타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The Band> 1번트랙 'Planet Telex'를 제외하면 한곡도 부르지 않았다. 알고있다. 다른나라에서도 안 부른다는 것을...


하지만 20년을 기다린 충성도 높은 한국의 팬들을 위해 <Pablo Honey>에서 한곡 정도 불러줬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고딩시절 통기타를 잡고 처음으로 마스터한 곡이었고 2G 핸드폰 시절 내 영원한 컬러링이었던 'thinking about you'를 정말 듣고 싶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한 마디로 2012 지산에서 라됴헤드를 평하자면... '질질 쌌다'가 가장 명확할 것이다. 이날 현장에 있었음에도 '질질 샀다'의 표현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식기가 건재한지 확인해 보시길... Creep으로 촉발된 펑크스타는 현장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음은 레코딩하지 않는 그의 집요함으로 스스로 거장이 되었다. 밴드의 신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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