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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디자인 & 사진

비트볼레코드 이봉수 대표 인터뷰 "제일 많이 판 게 라이너스의 담요 4,700장 정도"

by 속 아몬드 2021. 2. 27.

[인터뷰펌] 딴지일보 / 딴따라 / 20050404

 

안녕들 하신가? 확실하게 봄이 찾아온 4월을 맞아(최근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뭐 금새 여름이 올 것 같지만서두) 이달의 이너뷰가 여러분 곁을 찾았다. 원래는 3월에 선보였어야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좀 늦어졌다. 이해하시라.

오늘은 뮤지션이 아니라 레이블이다. 레이블 사장님을 이너뷰했다. 바로 비트볼 레코드beatball records의 수장인이봉수 사장님이다. 60~70년대의 팝과 록, 그리고 국내 인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당연히 아실 거다. 비트볼 레코드가 최근 주목할 만한 음반들을 선보이며 인디 레이블의 대표 주자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을. 만만치 않은 국내 상황 하에서도 인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트볼 레코드의 과거와 현재, 신념과 철학,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잡은 작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만나 보시라. 게다가 비트볼만의 당찬 포부도 엿들을 수 있으니 더더욱 놓칠 수 없는 이너뷰다.

이너뷰는 일산에 자리잡은 비트볼 레코드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이너뷰에 아랑곳 없이 직원 두 분이 옆에서 열심히 일을 하셨고 고양이 한 마리도 자리를 지켰다. 사장님의 바쁜 업무 때문에 이너뷰는 예정 시간보다 약간 늦게 시작되었다. 딴따라딴지의 질문은 딴, 이봉수 사장님의 답변은 봉으로 약하였다.

 

 

딴: 홈페이지에 히스토리 코너가 있더라구요. 거길 보면 99년에 봉그래스bongrass 레코드 설립 처음이 이렇게 시작되는데, 그 전까지의 라이프 스토리를 간략하게 듣고 싶네요. 주로 음악과 관련해서...

 

봉: 대입 3수하면서 음악 서클 몇 개 하다가요.. 고등학교 미술부 동기였던 이성문이랑도 같이 했었죠. 지금 캬바레 사운드cavare sound 하는. 그냥 뭐 판 가게 많이 다니고 하니까 아르바이트도 그런 쪽으로 하고. EMI 창고 정리 같은 거. 결국 대입은 다 미끄러지고. 그리고는 성문이 하고 같이 신촌 우드스탁 있잖아요, 거기서 뽀이로 일을 시작했죠. 정통 70s (세븐티스라고 읽으시기 바람) 록 바.

 

딴: 그게 몇 년도죠?

 

봉: 오픈한 첫 해 겨울이었을 거에요. 92년일 거에요. 그 전에는 손님으로 계속 가다가. 그리고 그 해에 볼빤간을 만났는데. 서준호. 걔를 끌어들여가지고 우드스탁에서 셋이 같이 일을 했어요. 뽀이를. 그러다가 이제 그 친구들은 그만두고. 그때 저는 뭐 완전히 아무 생각 없이 사장님이 잘 대해주시고 그러니까 나도 까페나 해야겠다 이랬는데, 95년에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까페 사장의 꿈을 접었죠. 그래서 우드스탁을 접고 그 해 가을에 음반 업계에 있던 친구가 소개를 시켜줘서 홍대 시완 레코드 매장에서 99년까지 일을 했어요. 봉그래스는.. 그때 제가 음반을 발매하고 싶기도 했고, 또 그 전 해에 준호하고 성문이가 캬바레 설립해서 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서 저는 라이센스로 한 번 해보자 이런 거였죠. 그때 제가 컨츄리country에 올인되어있을 때여서 이 땅에 이제 컨츄리의 씨를 뿌려 보자. 그래서 봉그래스 레이블을 만든 거죠.

 

딴: 봉그래스를 어느 날 갑자기 확 설립하신 건 아니실 테고..

 

봉: 저는.. 오랜 기간 준비하고 그러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때 그때 필이 꽂히면 바로 진행하는 거죠.

(그때 그때의 필. 요거 사장님을 이해하는 키 포인트 중 하나다. 이런 주체할 수 없는 필링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계신 거 아닐까?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딴: 1호 발매반이 뭐였죠?

 

봉: 마이크 얼드릿지Mike Auldridg라는 도브로dobro 기타 연주자가 있거든요. 그 양반이 77년에 발표한 건데요. 그 때 그거 발매해서 캬바레 쪽에 배급 의뢰하고. 완전히 망했죠.

 

딴: 혼자 하신 거죠? 혼자 계약서 쓰시고... 말씀 중에 시완 레코드와 서준호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완에서 볼빤간 앨범도 나오지 않았나요?

 

봉: 캬바레에서 나왔죠. 몇몇 매장에만 배포를 했었죠. 친구들이니까 판매를 했죠.

 

딴: 그때 시완은 별로 인디 쪽 많이 안 팔았었는데 볼빨간만 그때 봤던 거 같아요.

 

봉: 다들 오해를 하고 계신데.. 시완을 아트록이나 프로그래시브의 전당으로만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는 홍대 인디씬의 성지 역할을 좀 했었죠. 이박사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에 그.. 한소리에서 나온 초창기 희귀한 그.. 이박사 전작을 시완에서 판매 했어요.

 

딴: 오~! (끄덕끄덕) 봉그래스 설립 시 카드 대출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그냥 저지르신 거네요 그럼. 이렇게 지르고 수습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봉: 하다 보니까 되더라구요. 뭐 항상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일동 웃음) 어떻게든 되겠지 이러면서 임기응변 식으로. 그때 맺은 LG카드와의 관계가.. 마이크 얼드릿지를 시작으로 해서.. 작년에 끝났으니까 한 5년 한 거죠. 좋게 끝냈어요.

 

딴: 그럼 이제 정리를 하자면, 봉그래스 레코드를 혼자 설립하셨는데 잘 안 되는 바람에 주춤하시다가 다시 비트볼 레코드로 새 출발 하신 거네요?

 

봉: 봉그래스 1호작 내고 국내에서는 안 되는구나, 너무 환상을 가졌다고 판단을 했고. 내가 찍고 싶은 아이템은 그 쪽이 많긴 한데, 그래도 최소한 손해는 안 봐야겠다 싶어서 일본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타이틀을 찾아서 계약을 하려고 했어요. 근데 일본에서 그 타이틀을 먼저 해버렸더라구요. 한 달 전에. 그러면 이제 국내에서 될 만한 걸로 해보자, 그러면서도 내 취향에서 벗어나지 않는 걸로. 그때 딱 마마기타Mama guitar라는 밴드가 있었어요. 근데 이걸 봉그래스를 통해서 발매하는 건 안 맞는 거 같아서 비트볼을 새로 만든 거죠.

 

딴: 그러니까 마마기타가 봉그래스랑 매치가 안 돼서...

 

봉: 봉그래스 자체가 마스코트도 기타 치는 고양이 그림이고. 레이블 이름 자체도 제 이름의 봉하고 블루그래스의 그래스grass를 따온 거라서. 좀 안 어울린다 싶어가지구 한 이틀 정도 고민해서...

 

딴: 봉그래스에서 나왔던 것도 그렇고 컨츄리 음악이 우리나라에서 지명도가 별로 없는데, 도대체 어떤 음악을 들어오셨길래 그런 타이틀을 발매하시게 된 겁니까? 그 전까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셨어요?

 

봉: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거의 비슷했구요. 졸업하고 나서 재수하고 그러면서 정통 70s 록에 빠져 가지고, 그게 이어지면서 우드스탁 가서 완전히 피크에 오른 거죠.

 

딴: 70년대 하드락...

 

봉: 그냥 70년대라고 하시면 안 되고 정!통! 70년대. (일동 웃음) 거기서 완전히 피크에 올랐었죠. 그랬는데 그때 홍대에 있던 한 판 가게에서 마리아 멀더Maria Muldaur라는 여자 가수의 음반을 사면서 음악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죠. 그 음반이 컨츄리 사운드하고 팝 사운드하고 절묘하게 믹스된 그 당시 히트 음반이었어요. 그 음반 세션해 준 사람들 거 찾아 듣고 사운드 계보도 찾아서 공부하고 그러다 보니까 미국의 루츠roots 뮤직, 컨츄리라든지 그런 것들에 빠져 가지고. 아무튼 저뿐만이 아니라 70년대 정통 록 사운드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친구들 제가 많이 구제해줬어요. 대개 고마워 하더라구요.

 

(결국 사장님의 취향 변화가 비트볼 레코드의 설립 동기가 된 거다. 정!통! 70년대에 계속 머무르셨다면 지금의 비트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 지금부턴 비트볼의 현재에 관한 질문들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딴: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니까 올해부터 해외 뮤지션 앨범의 국내 발매에도 뛰어들겠다, 이렇게 써놓으셨어요. 봉그래스 시절에는 재미를 많이 못 보셨는데 그럼 이번엔 확실히 수익성이 있는 쪽으로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계속 소신으로 좋은 음반을 발매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봉: 기본적으로는 좋은 음반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딴: 봉그래스 시절의 뼈아픈 추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봉: 그때는 진짜 너무 안됐던 거구요.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고.

 

딴: 그럼 지금 들여오시는 것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그러니까 해외 음반이 국내에 발매되기까지의 과정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봉: 여러 가지 채널로.. 발매할 만한 음반을 찾는 거죠. 두 가지 경우가 있거든요. 예전 60~70년대 음반 리이슈하는 거랑 최근에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의 음반을 국내 발매하는 게 있는데, 리이슈 같은 경우는 저희가 예전부터 콜렉터나 리스너로서 좋아했던 것들, 희귀성으로 시장에서 주목 받을 만한 것들을 골라 엄선해서 저작권자 찾아가지고 계약 맺고 로열티 주고. 그리고 최근 음반은 방금 말씀 드렸다시피 여러 채널로.. 인터넷이든, 아는 사람이 소개시켜주든, 우연한 기회로 소개를 받든, 저희가 듣기 좋으면 발매하는 거죠. 해외 제작사나 뮤지션한테 연락을 해서.

 

딴: 그럼 요즘 음악도 많이 찾아서 들으시나요?

 

봉: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많이는 못 듣거든요. 대신 요기 옆에 앉아 계신 분이 주로 듣고 그 유명한 대학생 연합 클럽이라고.. (이 대목에서 사장님 혼자 웃었다. 대학생 연합 클럽? 뭔지 몰겠다. 그냥 넘어갔다. 아, 그리고 옆에 안자 계신 분은 이장호씨라고 명함에는 마케팅 1팀장이라고 되어 있다.)

 

봉: 아무튼 후배들이랑 연결이 돼있어서 요즘 최신 트랜드는 그렇게.. 아니면은 저희 밴드 친구들도 있죠.

 

딴: 그러니까 또 한 번 정리하자면 60~70년대 리이슈는 후세를 위해서 수익성과 상관 없이들여 오는 거고, 요즘 음반들은 최신 트랜드를 약간 고려해서...

 

봉: 고려하는데 아무래도 저희 취향 위주로 가다 보니까 성공한 건 없어요.

 

딴: 비트볼에서 제일 많이 판매된 게 뭐죠?

 

봉: 라이너스의 담요Linus blanket. 한 4700장 정도.

 

딴: 외국 발매반 중에서 많이 파신 건?

 

봉: 존 해랄드John Herald라고 봉그래스 시절에 만든 거. 봉그래스 음반들이 제 작년하고 작년에 많이 나갔어요. 계속 내고는 있었거든요. 그 중에서 이제 존 헤랄드라고 70년대 싱어송 라이터. 그 양반 음반이 일본으로 1000여장 정도 나갔어요. 국내에서는 한 50장 팔았나?

 

딴: 일본이 도와준 거 군요. 시완 레코드도 예전에 일본으로 재 판매하는 경우가 있지 않았나요?

 

봉: 시완은 그야말로 글로벌한 판매망을 가지고 있었죠. 전 세계로 다. 근데 중간에 너무 쉬셔가지고. 국내 시장이 너무 안 좋아지니까 요즘 되게 어려우세요.

 

딴: 시완이 어려운데 비틀볼은 어렵지 않나요? LG 카드는 이제 해결됐고.

 

봉: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여유가 있진 않은데.

 

딴: 재정적인 압박이 있는 건 아니죠?

 

봉: 압박은 아니더라도 좀 모자라긴 하죠.

 

딴: 모자라긴 한데 그 분위기가.. 계속 가긴 가는 분위기다? 돈이 좀 딸리긴 하지만. 직원들의 마인드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닌 거죠? 그 분위기가.

 

봉: 그런 것도 하나 써 주세요. 후원인을 애타게 찾는다고. 누님으로.(일동 웃음) 저는 그런 걸 굳게 믿는 사람이거든요. 중세 때 음악인들을 먹여 살리던 귀족 부인들의 그런 시스템. 예술이나 문화 쪽은 누님들의 후원 없이는 발전할 수 없고 종사자들이 먹고 살 수 없다고 믿어요. 뽀대나고 괜찮잖아요. 돈 있으신 분들이 그러면.

 

딴: 후원 및 협찬을 애타게 찾고 계시는군요.

 

봉: 남자 분들은 필요 없구요.

 

딴: 남자 분들과 쪼인하셨다가 무슨 안 좋은 추억이라도...

 

봉: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런 믿음 때문에. 또 실제로 제가 어려웠을 때 주변의 누님이나 아가씨들한테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육보시(肉報施)를 하거나 (일하던 직원들 키득키득) 그래서 맺어진 관계는 아니고. 예술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청년의 미래를 보고서 도와주십사 한 거죠.

 

딴: 어쨌든 비트볼이 지금 낙관적으로 가고는 있는 거네요. 직원은 몇 분 이시죠?

 

봉: 저 빼고 3명이요. 저하고 상만이 형이 같이 일을 시작한 거고.. 제가 상만이형 사무실 들어가고 나서 그 해 말에 또 한 명이 합류를 했어요. 미술학원 했다가 말아먹은 친구가. 지금은 3명이에요.

 

딴: 이게 언제적 건지는 몰라도 홈페이지에 Were beatball 코너를 보면 김상만씨는 아트 디렉터Art director, 사장님은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 이렇게 돼있는데.. 하나 둘 셋 넷.. 여섯 분이 계세요. 그럼 이 중에 그만 두신 분이 있다는 얘기네요?

 

봉: 영준씨요. 미술학원.

 

딴: 오스틴은 누구죠?

 

봉: 오스틴은 마마기타 때부터 도와줬었는데 잠깐 떠나있다가 오늘부로 다시 첫 출근한 거에요. 저 친구에요.

딴: 저 분이 오스틴이세요? 근데 왜 이름이 오스틴이죠? 닉네임 이군요. 컴백 기념으로 옷을 저렇게 정장으로 입으셨나보내요.

 

봉: 저희 회사에서 제일 유명해요.

 

딴: 저흰 또 직원 중에 외국인이 있는 줄 알고 이너뷰 도중에 영어로 막 물어보면 어떡하지 고민하고 그랬습니다. 그럼 곤잘레스 이 분은..(이 때 누군가 찾아와서 잠시 이너뷰 중단)

 

딴: 홈페이지에는 직함이 멋있게 영어로 나와 있는데 구체적으로 진짜 하시는 일들은?

 

봉: 실제로 거기 적힌 대로.. 오스틴은 이제 해외 세일즈인데.. 저 친구가 그 동안 못 나와서 제가 했어요. 원맨 컴퍼니로 접근하는 거 보다는 저희가 맨 처음에는 해외 세일즈 위주로만 했었으니까. 아무래도 겉으로 규모가 있어 보여야 어드벤티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일을 직접 안 해도 있는 것처럼 해서 제가 1인 3역을 했어요. 곤잘레스도 가상 인물이고. 가상의 그 양반이 수입을 담당하셨어요.

 

딴: 그 양반 영어 명칭이 참.. 쇼 오가나이저Show organizer.

 

봉: 저희가 또 공연 좀 하던 게 있어서.

 

딴: 다들 바쁘신가요? 평상시에?

 

봉: 오늘은진짜 진짜 바쁜 걸 보신 거에요. 원래는 안 그렇거든요. 급하게 돈 붙일 것도 있고 음반 제작하는 거 뭐 이것저것 겹쳐 가지고.

 

딴: 그럼 널널할 때 분위기는...

 

봉: 뭐 음악 틀어놓고 각자 업무 보고.. 주 5일 근무구요. 저 같은 경우는 주말에 밴드 레코딩 있으면 나오고. 집에서 특별히 할 일 없으면 나오고.

 

딴: 일산에 사무실을 내신 이유는?

 

봉: 상만이 형이랑 같이 하던 합정동 사무실을 옮기게 됐는데, 스튜디오 시설이 돼있는 데로 옮기자고 해서. 그때 디자인 사무실 멤버 중에 지금 허클베리 핀 드러머 김윤태씨도 있었고 음악적으로 되게 하고 싶어하는 멤버들이여 가지고 스튜디오 있는 데를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싸다 싶어가지고. 그런데 옮기고 나서는 상만이 형하고 저 빼고는 거리가 머니까 안 오게 되더라구요. 자연스럽게 비트볼 직원들만 있게 됐죠.

 

딴: 비트볼 소속 뮤지션들 말고 자주 놀러 오시는 분 있습니까? 음악 관련 종사자들 중에. 안 종사자도 괜찮고.

 

봉: 뭐 거의 없어요. 진짜 없어요.

딴: 간판도 없던데, 간판은 일부러 안 다신 거에요?

 

봉: 예. 달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긴 하는데.. 가끔 음반 산다고 직접 오시는 분들은 있어요. 제 작년에 가요 LP 재발매 했을 때 40~50대 아저씨들이 많이 오셨죠.

 

딴: 그런 분들 오면 왕창 사가고 그러시나요?

 

봉: 아니요. 또 의외로 찾는 게 없으니까. 품절됐을 시기에 오셔가지고. 그 분들은 그런 거나올 때는 확실하게 움직이시더라구요.

 

딴: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신중현 리이슈 LP로 하셨던 거. 그때 좀 말도 많지 않았나요?

 

봉: 아니요. 그런 건 없었고 시기와 질투의 대상 정도. 처음에 김정미 이후로 세 타이틀 정도는 발매하자마자 1주일에서 20여일 사이에 다 품절이 됐어요. 초판 1000장이. 그래서 그때만 해도 부자 될까봐 걱정했었어요. 근데 이제 그 다음에 찍은 것들이 그냥...

 

딴: 히식스He 6는 좀 팔렸을 거 같은데.

 

봉: 히식스 박스 세트는 완전히 주저앉았어요. 우리나라 리스너들이 그래요. 말들은 진짜 많아요.

 

딴: 그럼 신중현/김정미 리이슈 하셨을 때 어떻게 접선을 하신 거죠?

 

봉: 저희가 LP하기 전에 신 선생님이 CD 종이 커버로 해서 발매하신 거 있잖아요. 그때 그거 제작하신 분이 전혀 돈 안 받고 무상으로 서포트하는 개념으로 다 도와드렸거든요. 제작에 대한 프로세스를 전혀 모르시니까. 노친네가. 그때 디자인 쪽을 상만이 형한테 부탁을 했던 거에요. 그때 제가 상만이 형이랑 같이 신 선생님 뵙고 이러면서 디자인 무상으로 해드리고. 그러고 나서 이제 우리가 선생님 타이틀들을 LP로 제작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이랬더니 OK 하신 거죠. 내 음반은 너희가 다 내도 괜찮다.

 

딴: 어쨌거나 확실히 리이슈라는 게 생각보단...

 

봉: 저희는 리이슈의 실 수효를 한 300장으로 봐요. 초창기 품절됐던 타이틀들은 전부 다 리스너 개개인한테 간 게 아니고 쟁여놓은 업자들한테.. 그렇게 잠겨있는 게 절반 정도는 된다고 봐야죠. 초창기에 돈 될 것 같아서 두 세 장씩 사놓은 사람들이 있죠. 일반인들도.

 

딴: 거품이라는 얘기가 확실히 맞는 얘기네요.

 

봉: 비행선 레이블에서 발매한 CD들 있잖아요. 무당 2CD 세트 같은 것도 500장 찍었는데 아직까지 물건이 남아 있어요. 양병집씨 <넋두리>도 품절이 안 됐고. 500장 밖에 안 찍었는데.

(이제 비트볼을 확실하게 부상시켜준 소속 국내 뮤지션들에 대해 추궁해 보자.)

딴: 80년대 메탈 쪽도 CD로 다시 나온 것들 다 쌓여있다는데... 그건 그렇고 지금 준비중이신 국내 뮤지션들 음반이 올해 상반기에 많이 나오는 걸로 돼있는데, 영입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옛날부터 알던 연으로 해서 끌어들이시는 건가요?

 

봉: 저희가 회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자체 레코딩 아티스트 음반에 대해선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시작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네눈박이 나무 밑 쑤시기 같은 경우는 먼저 데모를 보내줘 가지고. 첫 번째 계약 아티스트가 됐죠. 라이너스의 담요는 오스틴군의 고등학교 동창이 기타리스트여서.. 그 친구가 일본 유학 중일 때 일본 뮤지션한테 비트볼 얘기를 들었대요. 그래서 계속 호감을 가지고 있던 차에 오스틴이 얘기를 해주니까 바로 저희랑 하게 됐죠. 저희는 뭐 얼떨결에 일찍 시작하게 됐죠. 상만이 형 같은 경우가 거기에 대해서 욕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어요. 처음 네눈박이 계약한 게 2003년 겨울이니까.

 

딴: 네눈박이는 녹음도 여기 스튜디오에서 한 건가요?

 

봉: 네. 음반 준비하다가 해체한다고 그래서 상만이 형이 설득을 해서 하나 남기게 된 거죠.

 

딴: 몽구스Mongoose 1집도 비트볼에서 나왔는데...

 

봉: 그 팀은 소규모 배포용으로 그 전에 녹음해놓았던 레코딩들을 추려 가지고 내고 싶다고 해서 믹싱만 좀 해서 발매한 거고. 이번에 이제 제대로 된 앨범이 나와요. 아! 그 친구 같은 경우는 쌈사페(인디 뮤지션들이 대거 출동하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의 준말이다) 숨은 고수에 응모했던 음원 들어보고 저희가 먼저 연락을 했어요. 저희가 그때 네눈박이하고 라이너스 계약하고 나서 좀 탄력 받아가지고.

 

딴: 상반기에 대 여섯 장의 국내 뮤지션 앨범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제일 기대작은 뭡니까?

 

봉: 라이너스 싱글 나오구요. 눈뜨고 코베인이랑 마리화나 데뷔 앨범. 그리고 저희 비밀 병기중의 하나인 피들밤비Fiddle bambi.

 

딴: 비밀병기. 어째서 비밀병기죠?

 

봉: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AM 라디오와 게다가 7080 콘서트까지. (일동 웃음) 이쪽 홍대씬에서도 아는 식구들은 되게 좋아해요.

 

딴: 비트볼의 2005년을 책임질 수 있는.

 

봉: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몽구스 두 번째 앨범은 마스터링만 하면 되구요. 라이너스싱글은 4월 달 정도에.

 

딴: 마리화나는 프로듀서가 주현철씨로 돼있는데, 슬로우 쥰Slow 6 그 분 맞죠?

 

봉: 현철이가 저희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로 2년 정도 일을 했었어요. 근데 이제 저희가 사정이 좀 안 좋다 보니까 현철이 슬로우 쥰 작업하는 것도 있고 해서 나가게 된 거죠. 마리화나는 원래 현철이가 맡아서 했었는데, 이쪽 엔지니어로 있을 때 맡았던 일인데 마리화나는 계속 느낌이 난다고 그래서 나가서도 계속 맡게 된 거죠. 지금 녹음 중입니다. 뭐라 그래야 되나.. 소프트 록 스타일인데 좀 더 노이지하고 싸이키델릭한. 마리화나라는 이름과는 별개로.

 

딴: 히든 카드 1, 2, 3호도 있는데, 궁금합니다.

마침 녹음 중이던 스트로베리 TV 쇼

스튜디오 풍경

 

봉: 1호 스트로베리 TV 쇼는 뭐라 그래야 되나.. 70년대 소프트 록 사운드. 저희가 워낙 그 쪽을 좋아해서. 그 쪽을 지향하는 밴드구요. EP 준비 중이고. 2호 아워멜츠Hour melts는 라운지 스타일로 원맨 프로젝트. 3호 바비빌Bobbyville은 줄리아 하트Julia hart 정대욱 솔로. 컨츄리. 바비빌은 봉그래스에서 나오는 최초의 국내 아티스트 음반입니다.

 

딴: 여기 계신 세 분이 갑자기 프로젝트에 뛰어들어서 음반을 발매하는 그런 일은 없을까요? 갑자기 왠지 숨겨진 병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봉: 저는.. 시 낭송 음반. (일동 폭소)

 

딴: 비트볼의 성향을 대략 파악하고 이런 쪽의 음악으로 맞춰서 데모를 보내오는 신인 뮤지션이나 밴드들이 있겠네요?

 

봉: 있었는데.. 요즘은 없어요. 작년 중순까지는 꽤 있었어요. 작년 초까지는 라이너스가 워낙 입에 오르내리고 하니까, 저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소위 시부야계 그런 쪽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보내주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 저희 취향하고는 좀 달라서. 저희는 정통 60~70년대 팝 사운드에 어느 정도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딴: 지금 발매하고 계신 우리나라 밴드들 앨범은 제작을 밴드하고 공동으로 하시는 건가요?

 

봉: 제작 관련해서는 저희가 완전히 다 해요. 그 이후에 홍보나 메인 공연들도 저희가 다. 뭐 친한 클럽이나 친한 밴드가 같이 하자고 해서 개별적으로 하는 것들은 터치를 안 해요. 기획 공연 할 때는 전담해서 하고.

 

딴: 공연할 때 우리나라 클럽들은 밴드가 원하는 사운드를 구현 못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기획 공연 시 그런 부분에 더 신경을 써 주신다거나 지원을 하신다거나 뭐 그런 거는..

 

봉: 공연에 맞춰서 엔지니어를 투입한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현실적으로는 좀 제약이 있어서. 질문하신 대로 그렇게 하려고는 해요. 앞으로 신경 쓸 생각이에요. 좀 큰 공연이다 싶었을 때 그렇게 한 적은 있었구요.

 

딴: 지방 투어도 종종 하시는데..

 

봉: 관객 반응은 좋아요. 근데 항상 적자죠. 수도 적고. 웬만한 인기 밴드 아니면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까. 작년에 지방 갔던 밴드들이 라이너스 빼고는 인지도가 아무래도 적었으니까. 경험을 시켜준다는 차원에서 갔던 게 커요. 또 저희는 휴가를 지방으로 가는 거고. 잘 놀다 왔죠.

 

딴: 클럽 입장료가 10000원/12000원인데, 일반적으로는 클럽이 60먹고 뭐 이런 게 있는데.

 

봉: 지방 같은 경우는 반반 해주시는 데가 많아요. 그래도 적자 안 보려면 최소한 합쳐서 토탈 120~150명은 와야죠. 근데 그게 안 되죠.

 

딴: 아무튼 비트볼 마니아들은 무지하게 좋아했겠네요.

 

봉: 그때 좀 생겼어요. 라이너스 빼고는 인지도가 없었으니까 저희 레이블이 그 쪽 음악 듣는 분들에게 많이 어필하지 못했었는데, 공연을 통해서 소수한테나마 인지를 시키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진 거죠.

 

딴: 그런 분들 있겠네요. 지방 또 안 내려오세요.

 

봉: 그렇죠. 공연 갔다 와서 밴드들한테 돈 만원씩이라도 줘야 되는데..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죠.

(이번엔 BMX bandits를 비롯한 비트볼과 관계를 맺은 외국 뮤지션들에 대해..)

 

딴: BMX 밴디츠bandits와의 관계가 돈독하신 거 같은데, 요거 팬들이 궁금해할 거 같습니다. 라이너스의 연진씨가 준비 중인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 송북 프로젝트 얘기도 같이 해주세요.

 

봉: BMX가 공연을 와서 라이너스의 음악을 좋게 들었나 봐요. 특히 연진이의 재능에 대해서 되게 많이 칭찬을 하고 갔거든요. 저희가 원래 연진이의 솔로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아이디어가 떠올라가지고.. 저희가 BMX 측의 더글라스Duglas T Stewart의 60~70년대 팝에 대한 해석이 좋다고 생각해서 제의를 했더니 그냥 바로 오케이 했어요.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얘기를 꺼내자마자 더글라스가 정력적으로 준비를 하고. 저희 홈페이지 말고 싸이월드(http://beatball.cyworld.com)에 가시면 녹음 일지 계속 올리고 있어요. 음반은 발매할 건데 저희가 대외적으로 크게 홍보하지 않는 이유는.. 별로 놀라지는 않겠지만 한 번 숨겼다가 터뜨려주면 주목하지 않을까 해서. BMX 멤버들뿐만 아니라 글래스고Glasgow 쪽의 알 만한 뮤지션들은 거의 다 참여하고 있어요.

 

딴: 처음에 BMX와는 어떻게 컨택을 하신 겁니까?

 

봉: 예전 BMX 멤버면서 글래스고의 슈사인Shoeshine 레코드 사장인 프란시스Francis Macdonald가 존 해랄드 건으로.. 그 할아버지한테 제 연락처를 받아가지고 연락하고 샘플을 보낸 적이 있어요. 그게 2003년일 거에요.

 

딴: 1000장 팔았다는 얘기에 고무된 거군요.

 

봉: 그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샘플 보내주는 정도로만 연락을 하다가 BMX 신보가 나온다고해서 이제 웹에서 음악을 들어보니까 저희가 딱 꽂힐만한 음악이었고 이건 좀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음반 발매하고 엉겁결에 공연까지 지르는...

 

딴: 공연은 주로 엉겁결에 많이 하시나요? 국내 밴드들도?

 

봉: 아니죠. 국내 밴드 같은 경우는 스케쥴을 맞춰서 어느 정도 진행할 수 있는데 BMX의 경우는 한 번 해줘야 된다 이런...

 

딴: 되게 성황리에 끝났다고 들었는데. 딴따라딴지 기자 중에 필 꽂혀서 갔다 온 분도 있고.

 

봉: 적자 봤어요. 공연은 좋았는데 사람은 많이 안 왔어요. 뭐 오긴 왔는데 버짓이 좀 큰 공연이어서. 아무래도 영국에서 오는 티켓만 해도. 일본 빼고는 아시아 다른 데서는 공연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 사람들도. 저희한테 좋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죠. 적자 날 줄 알면서도 불렀다는 거에 대해서 되게...

 

딴: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 때문에 언젠가 한 번 다시 날아오시겠네요. 이분들.

 

봉: 된다면은 하고 싶어요. 경제적으로는 정말 타격을 많이 입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미친 영향이나 음악 자체로서 저희한테 남겨준 게 커가지고. 언젠가는 다시 한 번 하고 싶어요.

 

딴: 이 프로젝트는 마스터링까지 영국에서 하는 건가요?

 

봉: 예.

 

딴: 그럼 릴리즈release만 여기서?

 

봉: 일단 외국에서 먼저 발매를 하고 그 음반이 한국에 수입돼서 팔리는 걸 좀 보다가 국내발매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수입을 할 수밖에 없을 거에요 아마. 깜짝 놀랐어요. 중간중간에 음악 보내주는 거 들어보고. 뭐 특별히 그 음반의 릴리즈 스케쥴에 대해서는 정한 게 없구요. 제가 원하는 대로 4~5개 나라에서 발매가 된다면 한국 발매는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수입 음반을 선호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딴: 아까 마마기타 얘기도 하셨지만.. 인스턴트 시트론Instant cytron이라고 있던데요. 마마기타를 거쳐 거쳐서 연결이 되신 건가요?

 

봉: 음악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 제가 CD 구매한 거로 알게 되고.. 그냥 그렇게 컨택해서 발매하게 된 거에요. 저희가 좀 알던 레코드 회사여가지고. 마마기타 회사하고 연결이 된 다음에 그 회사에서 저희 라이너스의 담요에 관심을 보여서 일본에서 발매가 됐죠.

 

딴: 공연도 했죠?

 

봉: 예. 그 회사하고는 상관 없는 거고. 라이너스와 친한 일본 밴드들이 초대를 해가지고.

 

딴: 앞으로 일본 아티스트들 음반을 많이 들여오실 건가요?

 

봉: 저희 스타일하고 맞고 꽂힌다 싶으면 발매를 하려고 해요. 그보다는 이제 기존 발매반을 한국에서 다시 발매하는 것 보다는 아예 그냥 외국 뮤지션을 한국에서 최초로 데뷔시키는 쪽을.. 저희 레코딩 아티스트로 처음 데뷔하는 팀이 프랑스에 있어요. 스코프Scope라고 4인조 거라지garage 밴드 있어요. 마마기타 같은 스타일이죠. 레코딩은 프랑스에서 하고 마스터링은 저희가 책임지고 발매도 하고.

 

딴: 그럼 프랑스 쪽 발매는.. 그 쪽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랑?

 

봉: 그렇죠. 일본이나 유럽 쪽 저희가 다 뚫어가지고. 마마기타 같은 경우도 새 EP를 저희 쪽에서 먼저 발매하기로 했어요. (여기서부터는 재밌고 자질구레한 질문들 몇 개.)

 

딴: 작년에 딴따라 딴지가 이한철씨 이너뷰도 했었는데요, 불독맨션 2집에 있는 사랑은 구라파에서 제목을 지으셨다는데. 이한철씨가 그러더라구요. 비트볼 사장님 정서가 참 독특하다고.

 

봉: 원래는 가사를 써주기로 했었는데 제가 좀 게으른 면이 있어서 못 써 줬어요. 유독 제목은 꼭 쓰고 싶다고 해서. 그게 두 번째 히트곡이 됐더라구요.

 

딴: Tour 게시판에 있는 공연 포스터들이 다 재밌습니다. 그 디자인은..

 

봉: 거의 상만이 형이 했었는데 형이 지금.. 영화 포스터 일 하는 건 아시나요? 홍대 쪽에서 영화 포스터 디자인 회사를 운영해요. 그 일을 하시면서 가끔.. 아니면 아는 동생들한테 맡겨서 하는 것도 있구요. 예전에는 상만이 형이 다 했었죠. 요즘은 밴드 친구들한테 알아서 맡기고. 작년 연말 정산 같은 경우는 제가 그린 거고.

 

딴: 홈페이지를 보면 글들이 참 유머러스하게 써 있습니다. 이거 누가 쓰시고 운영 관리 하시나요?

 

봉: 제가 해요. 시키고 싶은데 그냥 제가 해요.

 

딴: 사장님의 낙천적인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건가요?

 

봉: 예. 좀 단순한 면이 많이...

 

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창립 기념작품 특수 수사대 777 이거는 뭡니까?

 

봉: 이게 기획만 몇 년 됐나.. 쉬리 나오기 전이니까.. (일동 폭소) 원래 장편만화 프로젝트였는데, 그냥 영화로 한 번 해보려고. 영화화는 2000년 부턴가.

 

딴: 시나리오는 나왔겠네요?

 

봉: 제 머릿속에 있죠. (일동 웃음) 상만이 형도 영화 쪽에 있으니까. 되게 적극적이에요. 시나리오만 탈고하면 투자자를 같이 찾아보자. 미술 쪽은 상만이 형이 담당하고 음악은 저희 밴드들이...

사장님의 낙천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 심오하네...

 

딴: 저기 문 위에 걸려 있는 여배우 발굴 이거는 뭡니까? 혹시 누님들에 대한 갈망을 에둘러 표현한...

 

봉: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같이 써 놓은 거에요.

 

딴: 사훈도 직접 쓰신 거죠?

 

봉: 진짜 돈 없을 때는 저게 뭔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뭐 좋게 생각하고 하려고 하죠.

 

딴: 주변에선 뭐라고들 하십니까?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나.

 

봉: 뭐 말리시거나 그러진 않아요. 저희가 초창기에 가요 LP 막 발매할 때는 이너뷰도 많이 했거든요. 그때 살짝 분위기 좋았죠. 이제 내가 뭔가 해내는구나. 그러나 끝내 집에 가져온 돈은 하나도 없으니. 그냥 큰 사고만 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딴: 친구들 중엔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일 한다.

 

봉: 특별히 그런 건 없어요. 옛날부터 어려운 길만 택해서 가는 그런 특성이 있는 거죠.

 

딴: 직장인들은 돈은 못 벌더라도 문화 쪽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럽니다.

 

봉: 그냥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거 같아요. 시간이나 조직에 얽매여 보이지 않으니까. 근데 실상은 다르죠. 저 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늦거나 그러면 짜증낼 때도 있고. 쫑크 줄 때도 있고.

 

딴: 자금난에 부딪칠 때 가끔 쫑크를 주십니까?

 

봉: 그럴 때는 되려 제가 미안하죠. 월급이 좀 늦어지기도 하고 그러니까. 돈 없을 땐 그렇게 못하죠.

 

딴: 월급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정도는 되시는 겁니까?

 

봉: 현재까지는 밀리지 않고. (딴지의 탄성!) 올려줄 때가 됐는데 그게 안 되가지고 참 미안하죠.

(사장님의 음악 취향과 국내 비평씬에 관한 질문이 이어진다.)

 

딴: 힙합이나 전자음악 쪽은 안 들으시나요?

 

봉: 저는 상대적으로 귀가 좀 구린 편이라 신 조류에 적응을 잘 못해요. 대신 상만이 형은 전자음악이나 실험음악이나 그 쪽에 대해 욕심이 있으세요. 뮤지션을 발굴한다거나.. 직접 레코딩도 하시려고 하고. 아무튼 저 같은 경우만해도 블랙 뮤직은 오로지 소울이니까. 또 50~60년대 리듬 앤 블루스 하고.

 

딴: 작년에 신촌과 홍대 일대 레코드점 사장님들 이너뷰했을 당시에 60~70년대 음악이 최고야.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야 이런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봉: 선호하는 게 그냥 그 쪽일 뿐이죠. 저희가 초창기 네눈박이나 라이너스 계약하기 전에는 요즘 뮤지션들이 하는 음악 중에선 저희가 공감할 만한 부분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네눈박이 만나고 그 이후로 줄줄이 계약을 하되면서 이 시대에도 우리가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드는 재능 있는 친구들이 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요즘 트랜드에 대해서 아주 무지하다거나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나름대로 재능이 있고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보면 옛날보다 더 많아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단지 저희 취향이 좀 아닐 수는 있죠.

비트볼이 선택했던 재능 있는 친구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라이너스, 네눈박이, 몽구스.

 

딴: 그럼 옛날 좋던 시절의 음악을 지켜내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니시네요?

 

봉: 사명감보다는 저희가 좋아하는 거를 전파하고 같이 듣고 싶은 거죠. 맨 처음에 마이크 얼드릿지 앨범을 냈을 때만 해도 컨츄리의 전도사가 돼서 1000장 찍은 거 다 날려보자! 이랬었는데, 지금은 소수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같이 듣는 거고.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거라면.

 

딴: 국내 비평가들이나 비평씬에 대해서 이런 게 좀 아쉽다 요런 거 있습니까?

 

봉: 없구요. 뭐 워낙 학식 있으신 분들이 하는 거니까. 근데 음악 좀 이것저것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업자보다 적게 듣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밴드들한테도 거의 강요하다시피 해요. 음악은 많이 들을수록 좋다고. 밴드는 연습하고 곡 만드는 그런 시간 때문에 잘 못 듣는다고 해도 글 쓰시는 분들은.. 저희가 봤을 때 좀 너무 안 들으시는 것 같아요.

 

딴: 비트볼 관계자들이 빠져 있는 장르 쪽 음악을 듣는 비평가가 적다는 얘기도 되는 거죠. 특히 더.

 

봉: 근데 뭐 저희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저희 취향은 국내에서도 따 당하는 취향이니까. 일반 리스너들한테 체계적인 음악감상을 바라는 건 웃기지만 그래도 표현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그런 게 있어야 되잖아요. 특히 제가 얘기했던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에 대한 그런 게 없는 거 같고. 일반적인 팝 뮤직에 있어서도 너무 국내 취향으로만 편식해서 듣는 거 같고.

 

딴: 요즘은 한 장르만 파는 추세인 거 같거든요. 비평가들이. 한 장르만. 워낙 음악이 많아서 다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봉: 비평하는 대상하고 저희 취향하고는 별개로 한다고 해도 그렇죠. 그거 말고는 뭐 특별히 바라는 거 없어요. 아! 너무 생경해서 접근하기 꺼려하시는지 몰라도 언제든지 저희 음반, 특히 리이슈 음반에 대해서 쓰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샘플을 보내드릴 테니까 연락 좀 해주세요.

 

딴: 아무도 없었나요?

 

봉: 아무도 없었어요. 저희 음악을 즐겨 듣는 분들이 있긴 있는데 평론가 중에는... 저희 거를 쓰신 분이 없었거든요. 이상하게 썼거나 그랬다면 서운하기라도 할 텐데 아예 안 쓰니까. 뭐 국내 레코딩 아티스트들의 경우는 최근 음반이고 하니까...

 

딴: 비트볼에서 발매한 국내 아티스트들의 경우엔 인터넷 웹진이나 언더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이 많이 다루는데, 일간지나 좀 더 오픈된 대중 매체에서 비트볼 뮤지션을 다뤄줬다거나 그런 경우는 많지 않겠네요.

 

봉: 예. 웹진에서 다뤄주고.. 여성지 여기자들이 잘 써줘요.

 

딴: 그래서 누님들을 찾으시는구나.

 

봉: 오이뮤직Oi music 같은 경우는 저희 거 완전히 제껴놔요. 핫 뮤직Hot music은 지금 편집장 하시는 송명하씨가 한국락 재발매 건 때문에 저희한테 워낙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셔서 무조건 써 주시고. 그 외에는 전혀. 일간지 쪽에서는 저희 거는 어렵다 이렇게 인식이 되어 있고. 근데 이제 여성지나 패션지, 그리고 문화 관련 잡지들 요런 데서는 꾸준히 관심 보이고. 웹진도 웨이브(www.weiv.co.kr)...외에는 가슴(www.gaseum.com)필자들은 저희 거를 리뷰 안 하더라구요.

딴: 웨이브 필자들하고는 친분이 좀 있으시죠?

 

봉: 예. 두 분 정도.

(비트볼의 미래는 어떨까? 아래를 보라.)

 

딴: 특별한 사업 구상을 가지고 계신 게 있다면? 전략적인 측면에서.

 

봉: 손해 안 보고 밴드들이나 저희나 밥 먹고는 살 수 있게 운영할 수 있으면 하고. 재정적으로 서포트 해줄 수 있는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인데.. 그 첫 번째가 유럽에 야끼니꾸 체인점 내는 거. (직원들 웃음) 일본식 숯불구이 체인점. 외국에 제대로 된 한국 음식점이 없는 거 같아서.

 

딴: 그걸 바탕으로 거기서 CD도 같이 팔면서...

 

봉: 아니요. 그냥 요식업으로만.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비트볼 푸드. 거기다 이제 특수 수사대 777 대박 나면 정식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딴: 처음 비트볼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을 때 월드를 염두해 두셨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런 사이드 프로젝트 말고 진짜 레코드로 언젠가는 세계로 진출하려는.. 항상 머릿속에는 가지고 계실 텐데.

 

봉: 옛날엔 그냥 리이슈 타이틀 수출만 하는 거였는데, 이제는 저희 레코딩 아티스트들의 활동 무대를.. 거창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그냥 저희하고 계약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한국의 팬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세계인을 상대로 레코딩을 한다 그런 식으로 진행하려구요. 해외 공연도 라이너스처럼 일본 뿐만이 아니라 기회가 되는 대로 유럽에서도 하고. 물론 그 전에 본토에서 음반이 발매돼야겠죠. 여유가 된다면 유럽에 지사를 세우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 쪽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해서 한국에서 활동할 수도 있는 거고. 거창한 세계화가 아니라 저희는 그냥 그런 거 없이 시작하는 거죠. 우리는 코리안 밴드다 이런 거. 야 이거 말해놓고 나니까 좀...

 

딴: 아무튼 걱정은 원채 비트볼 레코드가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봤을 때 마이너 성향이라...

 

봉: 마이너라고 쓰지는 마시고 그냥 자진해서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들. (일동 웃음)

 

딴: 쭉 계속 어려운 길을 가셔야겠네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가만히 생각해봤을 때. 홍보라든지 비평의 지원사격이라든지...

 

봉: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숯불구이 체인점에서 번 돈을 이 쪽에다 투자하고 누님들 서포트 받고.

 

딴: 계속 인디 쪽에 계셨는데, 거품이 있었잖아요. 뭔가 엄청나게 될 것처럼. 그러다 확 가라앉았는데. 이 쪽에서 계속 일을 하시면서 차후에 어떤 식으로 가야 돌파구가 생기겠다 이런 생각 가지고 계신 거 있습니까?

 

봉: 특별히 생각한 건 없고 그냥 뭐.. 좀 더 체계화시켜서 인디 음악이 구리다는 인상을 극복하는 게.. 저희는 메이저로 도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씬에서 좀 더 세련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이미지도 개별 코디네이션 작업을 통해서 만들고 뮤직 비디오도 적극적으로 제작하고. 물론 저 예산이지만.

 

딴: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도 하다 못해 케이블에서 틀어줄 프로그램이 없으면...

 

봉: 돈을 내야 되니까. 뭐 웹 중심으로 공략을 하는 거구요. 해외 레이블과의 연계를 통해서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서포트 해주는 그런 작업들 하고.

 

딴: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해외 레이블을 뚫고 이런 걸 떠나서.. 우리나라 리스너들이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좀 독특한 게 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음반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졌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펑크하는 쪽이 그랬고.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만 일본이 아닌.. 예를 들어 미국의 컬리지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뭔가 기폭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봉: 우선은 해외 발매 쪽이구요. 본토에서 발매가 되지 않고서는 공연 다녀봐야 헛수고인 거 같더라구요. 라이너스를 보니까. 라이너스 음반이 발매되어가지고 어느 정도 현지 팬들도 온 거였고. 어쨌든 첫 번째로는 본토에서 음반이 나올 수 있게 할 거구요. 그리고 지역 인디펜던트 라디오 방송, 또 미국 같은 경우는 대학 방송국에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프로모션 음반들을 보내는 작업을 하려구요. 예전부터 생각은 했던 건데. 음반이 조그만 레이블에서라도 발매가 되면 그걸 빌미로 투어를 할 수도 있는 거고.

 

딴: 외국 진출을 위해선..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영어 가사 문제가 있습니다. 밴드들한테 그런 문제에 있어서 권유를 하신다거나 그런 경우는..

 

봉: 처음엔 영어로 가사를 쓰는 밴드를 선호 했어요. 근데 한글 가사로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소화하는 팀들은 그런대로 그냥 가게 하고, 영어가 가능한 밴드들은 영어 가사 위주로 만들도록 권장하는 편이죠.

 

딴: 일본 뮤지션들은 일본어로 그냥 내고서 영어 해석을 붙이기도 하는데.

 

봉: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구요. 영미권이나 유럽 쪽에서는 그 지역의 언어가 아니고서는 접근하기 힘들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리이슈 음반들을 수출할 때도 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산울림 음악이나 신중현 선생 음악 같은 거.

 

딴: 산울림과 신중현 리이슈들을 외국으로 배포하셨다구요?

봉: 예. 산울림의 경우는 그 쪽 컬렉터들한테는 꽤 알려진 밴드에요. 유럽에서는 부틀렉bootleg까지 나온 상황이니까. 뭐 산울림의 경우야 예전 레코딩이기 때문에 커버가 되는데 요즘 밴드들은.. 적당히 가사를 분배해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일본은 되려 한국 가사를 선호하더라구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음악 시장이 미국이나 영국보다 더 다양한 층을 가지고 있어서 네팔이나 몽골 밴드들 음악도 나오고 하니까요. 한국어로 해도 다양한 음악의 일부로 충분히 받아들이기가 쉬운데, 그 외 나라들에서는 어느 정도의 호기심이나 이국적인 맛을 줄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된 느낌을 전달하기에는 좀... (재밌고 자질구레한 질문들 2탄. 그리고 슬슬 마무리.)

백선생님의 카리스마를 보라!

 

딴: 게시판에 대배우이신 백윤식 선생님께서 싸인을 남기셨던데.

 

봉: 그냥 제가 받아서 달라고 한 거에요. 상만이 형이 범죄의 재구성 스텝이었거든요. 포스터. 제가 백 선생님 싸인 좀 받아달라고 해서.

 

딴: 전 또 백 선생님께서 비트볼 CD를 사신 줄 알았습니다. 음.. 양수면옥에 대한 칭찬이 또 눈에 띄던데, 그렇게 맛있나요?

 

봉: 제가 좋아하는 음식점인데 요즘 못 가요. 일산 기차역 앞에 있는데. 비싸서 못 가요. 청국장이 맛있죠.

 

딴: 음악 듣는 거 말고 다른 취미 있으세요? 시나리오 쓰기?

 

봉: 몇 가지 있었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어요. 취미는 그.. 돈 들어가는 걸 취미라고 하는거 아닌가요? 신분을 망각하고 저거 한 번 빠진 적 있어요. 서바이벌 게임. 운동이 되더라구요. 평소에는 따로 운동하기 싫어하는데 5kg 정도 되는 에어건을 들고 야간에 서너 시간 뛰어다녀도 피곤하지가 않아요. 그리고 또 화끈하게 질렀던 취미가 하나 있는데, 여러 카드사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줬던 변두리 단란 주점 탐방. (딴지의 탄성!) 나름대로 교훈도 많이 얻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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