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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꼬라지

윤제균 감독의 개인사 '국제시장'은 왜 군인 정신교육용 비디오와 닮아 있을까...

by 속 아몬드 2015. 1. 9.


10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이 손석희 뉴스룸에 나와 했던 말을 보니... '정치'는 서민의 영역이 아니라는 투로 들리는 구만...





"이번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소통과 화합이었다. 그런데 개봉하고나니 소통과 화합이 아니라 갈등이 폭발했다. 생각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져서 당황했다"


"감독의 의도에 대해 묻는다면 '국제시장'은 거시적인 현대사에 대한 정치적 역사적 의식을 갖고 출발한 게 아니라 고생하시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싶어 만든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민주화 운동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빠진 이유는?

"우리 영화는 아버님 세대에 대한 헌사로서 출발했다. 못 살고 가난했던 시절에 고생했던 이야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사건과 같은 내용이 들어간다면 형식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삼대가 함께 극장에 와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가족영화에 어떤 민감한 정치적인 부분이나 역사 의식적인 부분이 들어가는 건 좀 부담이 됐다"


"최종 결과(1000만 관객 달성)는 봐야 하겠지만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부담감보다는 진짜 감사하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든다. 정치적인 의도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 시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대가 영화 보는데 민주화 운동은 불편하다" 이런 얘기로 축약된다. '못 살고 가난 했던 시절에 고생한 이야기'에 민주화운동은 끼지 못하나 보다. '아버지에 대한 감사'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건 박근혜의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군대를 갔다온 사람은 매주 수요일 오전 정신교육 시간을 기억하실게다. 그때 국방부에서 제작해 틀어주던 비디오에는 파독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참전 용사, 중동의 건설 노동자 들이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라 했다. 전태일은 북의 명령으로 남한 경제를 혼란시킨 인물로 묘사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화운동 세력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불순한 세력으로 그려졌다. 비디오 시청이 끝나면 5년 째 상사 진에 머물고 있는 최고참 늙은 중사가 "그러니까 니들도 사회 나가서 졸라 열심히 살라"고 했다. 


갑자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군대 시절이 왜 생각 났을까? 윤제균 감독의 영상 언어가 국방부의 언어와 같기 때문이다. '정치적 의도 없음'이라던 영화가 '정치적 의도가 많은' 군대의 정신교육 내용과 일치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분노 한 포인트는 "정치적인 의도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를 봐 달라는 윤제균 감독의 말이다.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정치적인 의도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는 인간들을 많이 봐 왔는데... 이 말을 하는 인간들이 외려 '정치적 의도'가 있었고 순수하지 않은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쓰레기같은 놈들있다. 내 경험상 그렇다는 얘기다.


"정치적인 의도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 말에는 깔린 윤제균 감독이 지닌 '관객' 혹은 '국민'에 대한 가치는... 정치적인 관객은 순수하지 않다 / 순수한 국민은 정치적이지 않다

국적을 지닌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미 정치적이다. 정치적이지 않은 예술은 없다. 예술의 속성이 '대화'이자 '소통'이기 때문이다. 


윤제균 감독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내 극히 개인적인 '쓰레기 목록'에 한 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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