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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 Playlist 속 아몬드

잊혀진 핀업걸 Sleeper의 루이즈 웨너(Louise Wener)

by 속 아몬드 2015. 2. 14.

굳 리스너?라면 누구나 소중하게 기억되는 시절(케미 폭발하던)이 있다. 그런 낱낱의 사적인 기억들이 어떤 공통의 음악으로 교차되는 순간이있고 그 지점을 공감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참 술맛나는 일이다. 음악 듣기를 시작한지 20년쯤 된, 치열하게 삶을 고민하는 30대 중반 아해들의 마음 속엔 몇몇의 뮤지션들이 공통적으로 소중하게 남아 있다.


2009년 6월 25일 팝의 신 마이클잭슨(Michael Jackson)이 죽었을 때 잊혀졌던 팝의 황제의 죽음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잠자던 사사로운 추억들을 꺼내어 다시 친구들과의 수다에 <Dangerous>, <History>가 소중한 소스로 올라왔다. <내일의 조>의 주인공처럼 모든걸 불태우고 우리 기억속에 하얗게 재로 남은 커트코베인(Kurt Cobain)의 잠잠하던 검색순위가 갑자기 올랐었고 마이클 잭슨과 동갑내기인 사랑의 가객 김현식도 갑자기 검색순위가 올랐었다. 죽음은 우리에게 추억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준다.



요즘 필자는 90년대 중반 브릿팝의 아이콘이었던 'Sleeper'의 루이즈 웨너(Louise Wener)가 자꾸 생각난다. 당시 상큼하고 스트레이트한 기타사운드 위에 적당히 흐트러진 음색으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애리게 만들었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귀가시간이 보통 12시 였는데 집에 돌아와 TV를 켜면 항상 슬리퍼의 2집 <The It Girl>의 수록곡 'Sale Of The Century'의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루이즈웨너가 가죽부츠에 스커트를 입고 텔레캐스터를 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므훗한 감정이 일었었다.


90년대 중반은 분명 라디오헤드(Radiohead), 스웨이드(Suede),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등이 활발히 활동하던 브리티쉬락의 전성기(제 2차 브리티쉬인베이션)였다. 그런데 그 당시는 이상하게도 스웨이드의 대박 넘버 'Beautiful Ones'보다 슬리퍼의의 'What Do I Do Now'나 'Sale Of The Century' 뮤직비디오를 더 많이 보여주었다. 분명 내겐 그랬다. 그런데 나중에 친구가 그런다. "그때 니 눈에 루이즈웨너 밖에 안 보였으니 그렇지 너 원래 보고 싶은거만 기억하잖아!" 유독 나의 시간이 슬리퍼에 맞추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 그땐 루이즈웨너가 대세였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What Do I Do Now' 도입부에서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의 목소리를 예상해도 딱 맞아 떨어지는데 당시 유행했던 기타 톤을 가늠 할 수 있다.


음악듣기를 게을리 하지 않다보면 비슷한 부류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가끔 루이즈웨너 얘기를 꺼내면 공유가 안 될 때가 있다. 완소밴드지만 짧고 굵게 활동한 탓에 그때(1995~1997) 음악듣기를 게을리 했다거나 당시 메탈이나 뉴에이지에 빠져있었던 친구들은 알 수 가 없는 것이다. 동시대를 살지만 가끔은 이렇게 서로 딴 세상에 있는 듯이 소통이 불가능하다.


당시 루이즈웨너의 인기는 지금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성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그러면서 기타, 작사, 작곡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고 이쁘기까지한 인물은 그때까지 없었다. <The It Girl>을 96년에 발표하고 루이즈웨너는 검정 텔레캐스터를 들고 나왔다. 당시 필자에겐 스트라토캐스터가 있었는데 차후에 텔레캐스터로 기종를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 루이즈웨너였다. 그러고보니 필자에게 기타를 잡게 한 건 커트코베인이었지만 텔레캐스터를 잡게한 건 루이즈웨너였다. 그녀와의 추억에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한다.


현재 그녀는 포커와 소설 쓰기를 즐기며 남자친구와 어린 딸과 친구들과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녀의 최근 작 <The Half Life of Stars>이 번역되어 나올 일은 없을테니 소설가 웨너 만나기를 조만간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루이즈웨너는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에 대한 질문에 기타를 배우고 밴드를 만들었을 때 타자기를 샀을 때 아이를 가졌을 때 라고 했다. 필자에겐 루이즈웨너로 인해 모던록의 매력에 푹 빠졌었던 때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듯하다. 아직도 그녀를 추억하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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