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에 존재할 수 없는 거대한 나무의 등장
옛날, 한 백작이 도시 근처에서 놀라운 광경을 마주한다.
그곳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당시 도시는 목재와 자원의 소비 중심지였고, 가까운 곳에는 큰 나무가 남아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좋은 나무를 발견하면 성곽, 건물, 가구, 무기 등으로 다 베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근처에 수백 년 자란 거대한 나무 하나가 살아있다는 건 기적이었다.
그늘이 마차 수백 대를 덮을 만큼 큰 나무.
어떻게 이런 나무가 살아남았을까?
백작은 의아해하며 그 나무를 살펴본다.
자세히 보니 ‘쓸모없는 나무’였다
그 나무는 거대했지만, 쓰임새는 전혀 없었다.
줄기는 휘어지고 구불구불하며 대들보나 기둥으로 쓸 수 없는 형태였다.
나무결은 부드럽지 않고 푸석푸석했으며, 잎사귀를 핥으면 입안이 헐고, 냄새를 맡으면 삼일 동안 두통에 시달릴 정도였다.
결국, 이 나무는 아무도 쓰지 않는 '완전히 쓸모없는 나무'였다.
그래서 베어지지 않고 남아, 도시 근처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 거목이 된 것이다.
2️⃣ 장자의 통찰 : ‘제목(쓸모)이 되면 죽는다’
장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목이 되는 순간 죽는다.'
쓸모 있는 나무는 대들보로 잘려나가고, 궁궐의 기둥이 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쓸모가 있다는 건 결국 죽음과 연결된다.
사회가 원하는 대로, 체제가 원하는 대로만 성장한 존재는 결국 자신을 잃고, 소비되고 소멸된다.
이 거대한 나무는 일부러 '쓸모없는 나무'의 길을 걸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필요할 때도 살짝 기대감을 주는 정도로만 자라났다.
“조금만 더 키우면 좋은 목재가 될 것 같아…”라는 착각을 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구부러지고, 나쁘게 성장해 버린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약 그 독성이 강하게 드러났다면 일찌감치 잘려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무는 조용히 참고, 끝내 거대한 쓸모없는 나무로 자라나 생존했다.
3️⃣ 쓸모의 역설 : 쓸모가 없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다
이 나무의 운명은 장자 철학의 상징이다.
세상은 모두 ‘쓸모 있는 것’을 추구한다.
좋은 목재는 잘린다.
영재는 체제의 부품이 된다.
사회에서 유용한 존재는 소비되고 사라진다.
반대로, 쓸모 없다고 평가되는 것들은 남겨지고, 오래 살아남는다.
구부러진 소나무는 금강송처럼 곧게 뻗지 못해 궁궐 기둥으로 쓰이지 않지만, 대신 산 속에서 오래 살아간다.
장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제목(인재)이 되고 싶은가?
그렇게 되면 결국 너는 끌려가고, 죽어야 한다.
네 뜻대로 자라지 못하고, 체제가 원하는 모양으로 잘리고 말 것이다."
4️⃣ ‘쓸모’라는 함정과 사회의 잔혹함
사회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라고 강요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영재 교육을 시키며,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키운다.
학교는 평가표로 학생을 줄 세운다.
회사는 성과지표로 사람을 부품처럼 다룬다.
하지만 쓸모 있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잃는다.
궁궐의 기둥이 된 나무는 스스로 자랄 자유를 잃는다.
살아 있으면 움직이고 비틀리지만, 목재로 쓰이기 위해선 죽어야 하고, 완벽하게 말려야 한다.
그 순간부터 ‘목재’는 더 이상 자연이 아니고, 생명이 아니며, 시스템의 부속품일 뿐이다.
5️⃣ 장자의 교훈 : ‘쓸모 없음’을 견디면 자유를 얻는다
장자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무용(無用)은 무가치함이 아니라 자유다.
당장은 사회가 나를 쓸모없다고 평가할지라도, 그것을 견디며 살아남으면 결국 거대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쓸모 없음은 시스템의 손에 잘리지 않는 생존의 전략이자 장기적 자유의 길이다.
그 큰 나무는 말한다.
"나도 젊을 때는 욕심이 있었다.
궁궐의 대들보가 되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고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씩 나는 내 본모습을 지우고, 나를 숨겼다.
베어지지 않기 위해, 내 삶을 살기 위해."
청소년과 현대인에게 전하는 위로
장자의 거목 이야기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나 쓸모 없어."
"나는 사회에 필요 없고, 무가치해."
이런 이유로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장자는 말한다.
"봐라, 그 거대한 나무를.
그는 쓸모 없었기에 살아남았다.
꾸불꾸불하고 쓰임새가 없어 보였기에 오래 살아 크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
청소년들이나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주는 장자의 마지막 조언은 다음과 같다.
"너는 ‘쓸모 없음을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사회가 원하는 ‘쓸모’는 결국 너를 죽이려는 칭찬일 수도 있다.
오히려 너 자신으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크고 너만의 모습으로 살아가라.
세상은 끊임없이 인재(제목)를 요구하지만, 거목은 쓸모 없어서 산다.
네 삶의 가치와 방향은 네가 정해라."
✏️ 정리하며
거목 이야기는 쓸모 있음의 위험성과 쓸모 없음의 생존을 담고 있다.
장자는 "제목이 되는 순간 너는 잘려 나간다"고 경고한다.
반면, 쓸모 없는 존재는 오래도록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걸으며 살아간다.
당장의 평가와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내가 못났고, 쓸모 없다고 여겨질 때' 장자의 거목 이야기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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